부모 역할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좋은 부모가 되고자 노력하는 과정에서 일반적으로 부모들은 많은 어려움을 겪게 되며, 그러한 어려움 가운데 대표적인 것이 바로 ‘모델’로서의 역할을 하는 것입니다. 부모로부터 영향을 가장 많이 받는 생후 초기를 비롯해서 부모-자녀관계가 지속되는 한, 부모는 언어와 행동을 통해 자녀에게 줄곧 하나의 모델이 됩니다. 옛말에도 ‘그 아버지의 그 아들’이라는 말이 있듯이, ‘모델로서의 부모’ 라는 표현은 결국 자녀는 부모의 언행을 그대로 닮게 된다는 의미를 함축하고 있습니다.

모델의 모습은 다양하기 마련입니다. 어떤 모델은 대체로 긍정적인 모습을 띠기도 하고 또 다른 모델은 그와는 정반대이기도 하지요. 또, 하나의 모델 내에도, 긍정적인 모습과 부정적인 모습이 함께 자리할 수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자녀는 부모가 어떤 모습의 모델인가에 따라 이런 저런 모습으로 성장하게 된다는 점입니다.

좋은 모델, 즉 하나의 좋은 본보기가 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그리 쉬운 일은 아닙니다. 그 이유는 그 동안의 삶의 과정을 통해 현재의 모습을 갖게 된 개인이 부모가 되었다고 해서 자신의 바람직하지 못한 언행을 갑자기 바꾼다는 것이 쉽지 않은 일이기 때문이지요. 짧지 않은 시간에 걸쳐 이미 굳어져 버린 언어습관, 사고, 그리고 행동을 어느 날 갑자기 모범적인 모습으로 바꾼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런 의미에서, 부모 교육은 부모가 된 이후보다는 부모가 되기 훨씬 이전부터, 즉 예비 부모 교육의 차원에서 강조되어야 합니다. 한 개인의 생활 양식이 이미 지극히 모범적이라면 그는 부모가 되었다고 해서 스스로 좋은 모델이 되고자 안간힘을 쓸 필요가 없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모델로서의 부모라는 개념은 많은 연구 결과에서도 확인되고 있습니다. 어렸을 때 부모로부터 체벌을 받으며 자란 성인은 자신의 자녀를 체벌하는 경향이 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또한 집안에서 부부 싸움을 자주 보고 자라는 아동은 유치원이나 학교에서 또래에게 공격적인 행동을 많이 하는 경향이 있다고도 합니다.

이러한 개념을 더욱 실감나게 하는 것은 현장에서 아동들을 가르치는 어느 유치원 교사로부터 들은 말입니다. “여러 아동들과 생활하다가, 그들의 부모를 만나 대화를 하다 보면 교실에서 관찰한 아동의 모습이 부모의 언행에서 모두 보이지요.” 물론 이러한 유사한 느낌은 결코 외모를 의미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 보다는, 유달리 안정적인 모습을 보이는 어머니의 모습에서 친구들과 사이 좋게 지내고 안정적인 아동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결론적으로, 모델로서의 부모역할은 상당히 설득력 있는 개념임을 전제할 때, 우리의 부모들은 보다 바람직한 모습의 모델이 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할 필요가 있습니다. 출생에서 죽음에 이르기까지 인간은 지속적으로 발달하는 존재라는 측면에서 볼 때, 이러한 노력을 통해 자녀의 건강한 발달은 물론, 부모 역시 건강한 성인기 발달을 경험할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