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여행 겨울산과 계곡을 만나는 정선 드라이브 코스 3선
등록 2019.02.11
몸을 가린 이파리를 모두 떨구고 맨몸을 드러낸 나무들이 수천의 현자처럼 버티고 선 겨울산. 봄을 기다리는 나무들을 보며 지혜와 겸허를 배우고 꽁꽁 언 계곡 깊숙이 흐르는 물소리를 마음으로 듣는 겨울 드라이브를 떠난다. 길은 끊어질 듯 끊어질 듯 이어지고, ‘그림바위’라 불리는 정선의 바위들이 차창을 따라온다.
강원도 정선군 남면 사거리에서 정선읍을 향해 달리면 왼편으로는 정선읍으로 이어지는 기찻길과 작은 계곡이, 오른편으로는 민둥산의 끝자락이 감싸 돈다. 쇄재터널이 뚫리면서 이 길에 제법 많은 차량이 오가지만 예전에는 문곡교 건너 오른편으로 이어지는 약수길을 따라 한치고개를 넘어 정선읍으로 가는 이들도 많았다. 구수한 청국장 냄새가 배어나는 동막골, 피패골, 쑥밭재 같은 이름들이 아직도 남아 있는 고갯길이다. 번듯하게 아스팔트 포장이 되어 있지만 창밖으로 펼쳐지는 풍광은 오로지 겨울산과 시리도록 파란 겨울 하늘뿐인 한적한 길이다. 옛 기억을 간직한 사람들은 민둥산이 억새로 장관을 이룰 때 번잡한 도로 대신 이 길을 택해 민둥산으로 오르기도 한다.
멀리 펼쳐지는 겨울산을 마음에 담으며 느긋한 드라이브를 즐기다 보면 고갯마루에 그림처럼 자리한 한치마을에 닿는다. 산나물 채취와 고랭지 경작을 하며 살아가는 마을이다. 초등학교가 없어 1시간 넘게 걸어 남면까지 학교를 다녔던 아이들이 이제는 중년에 접어들어 고향을 찾는다. 땀을 한 바가지 흘려야 닿는다 해서 땀 ‘한(汗)’ 자에 우뚝 솟을 ‘치(峙)’ 자를 쓰는 마을 이름이 만들어졌다.
화암약수를 지나면 그림바위, 화암(畵岩)이라는 명칭을 만든 절경들이 계곡을 따라 이어진다. 조각한 듯 예리한 선을 그리는 커다란 바위틈에 소나무 한 그루가 아슬아슬하게 서 있고, 그 밑으로 초록빛 수를 놓은 비단치마가 펼쳐진다. 거북바위, 용마소를 지나 화암동굴까지 가는 길에 따스한 겨울 햇살이 가득하다. 남면의 드라이브 시작점에서 화암동굴까지 약 15.5km다.
여행정보
글, 사진 : 박성원(여행작가)
※ 위 정보는 2019년 2월에 작성된 정보로, 이후 변경될 수 있으니 여행 하시기 전에 반드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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