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달심리학적 연구결과에 의하면, 사람의 발달과정에는 일정한 원리가 작용하고 있다고 합니다.

첫째, 발달에는 순서가 있으며, 이러한 순서는 일정하게 이루어집니다.

이 원리는 특히 신체적인 발달과정에 관련된 것입니다. 우리의 신체는 머리에서 발의 방향으로 발달한다고 합니다. 처음 태어난 영아의 머리가 몸통과 거의 비슷한 크기인 것은 바로 머리가 먼저 발달하였음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이후 자라면서 사지가 발달하면 머리와 팔, 다리, 몸통이 적절히 균형을 이루게 되는데 이것은 머리 부분 외의 발달이 서서히 이루어졌기 때문입니다.

또한 영아의 신체는 중심에서 말초 부분으로 발달합니다. 영아가 몸을 움직이는 것을 보면 처음에는 먼저 몸통을 이용해 뒤집고, 기어가는 능력이 생기고, 이후에 팔을 움직이고, 나아가 손가락을 적절히 사용하게 됩니다. 이것이 바로 몸의 중심 부분에서 말초 부분으로의 발달 순서를 보여주는 것입니다.

둘째, 발달은 계속적으로 이루어지지만, 발달의 속도는 항상 일정하지 않습니다.

이 말은 우리의 심신은 계속적으로 변화하고 있지만, 신체의 각 부분이나 정신적 기능에 따라 발달의 속도가 빠른 시기가 있고, 느린 시기가 있습니다.

예를 들면, 신체적인 발달이 가장 급격하게 이루어지는 때는 바로 영유아기입니다. 단적인 예를 들면 생후 만 5년에 이르는 영유아기 동안 키가 태어날 당시의 2배까지 자라게 되는데, 이러한 키의 변화는 이후 아동기나 청소년기에 이루어지는 성장과도 비교할 수 없겠지요. 또한 심리적인 변화가 가장 급격하게 이루어지는 시기라면 바로 사춘기라는 것은 쉽게 짐작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렇게 특정한 발달과업이 특히 급격히 이루어지는 시기를 발달심리학자들은 ‘발달의 결정적 시기’라고 말합니다. 그리고, 이러한 발달의 결정적 시기에 속하는 발달과업이 그 시기를 놓치지 않고 잘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부모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점을 잘 인지해야 합니다.

예컨대, 영유아기는 신체적으로 왕성한 변화가 있는 시기인데, 이때 영양과 운동적 자극이 충분치 않으면 지속적인 결함이 이루어질 수 있습니다. 이런 점에서 볼 때, 요즘 영유아 교육에 있어 부모님들이 다른 발달 과업은 뒤로 미룬 채 지능발달을 위한 교육에만 너무 관심을 갖는 경향을 보면 자칫 발달의 불균형을 초래하지 않을까 염려스럽습니다.

그러므로, 자녀의 발달과정을 유심히 살펴보고 이해하는 것이 대단히 중요합니다.

셋째, 발달은 성숙과 학습에 의해 이루어집니다.

발달은 생물학적, 유전적 영향을 의미하는 성숙의 요인과 교육, 환경과 경험을 의미하는 학습의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이루어집니다. 흔히, 똑같은 배에서 나왔는데 왜 이렇게 다를까 하는 말이나, 그 부모에 그 자식이라는 말이 바로 유전과 환경의 복합적 영향이 사람의 변화를 가져오는 것임을 보여줍니다.

대부분의 아이들이 대략 생후 1년이면 걸을 수 있는 생물학적 능력을 타고나지만 상을 집고 일어나 발을 움직이는 아이를 잡고 열심히 걷는 연습을 하면 조금 더 일찍 걸을 수 있게 됩니다. 물론, 이러한 교육의 효과는 아이가 생물학적으로 충분히 성숙되었을 때 효과가 있는 것입니다.

넷째, 발달에는 개인차가 있습니다.

사람의 발달은 연령에 따라 대략적으로 비슷한 보편적 속도와 순서가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보편적 순서와 속도가 개인에 따라 모두 동일하게 이루어지지는 않습니다. 특정 발달 과업에 따라 개인적으로 차이가 있습니다.

예컨대, 소아과에 가면 몇 개월이면 배를 뒤집고, 목을 가누고, 혼자서 밥을 먹을 수 있고 하는 식으로 연령에 따라 보편적으로 보이는 발달의 표준을 제시한 것을 보실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러한 발달의 표준은 모든 아이들에게 정확히 적용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어떤 아이의 경우, 기저귀는 다른 아이보다 일찍 띠었는데, 말은 좀 느리게 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개인에 따라, 발달과업에 따라 어느 정도 차이가 있을 수 있다는 점을 이해해야 합니다. 물론, 보편적 발달 속도와 순서에 비해 너무나 현격한 차이가 있는 경우, 전문적인 진단이 필요하지만, 너무 강박적으로 발달의 이정표에 매달려서 과민하게 아이를 다른 아이와 비교하며 조급해 할 필요는 없습니다.

다섯째, 발달의 초기 단계인 영아기는 사람의 일생에서 가장 중요한 시기입니다.

앞서 영유아기를 신체적 발달의 결정기라고 예를 들었습니다만, 사실 영유아기는 신체뿐만 아니라 사회, 정서, 인지, 언어발달의 모든 측면에서 발달의 기초를 이루는 시기입니다. 이러한 발달의 기초가 튼튼히 이루어지지 않으면 이후 정상적인 발달을 보장하기 어렵다는 것입니다.

늑대소년의 예를 알고 계시지요? 태어나 인간의 언어를 들어보지 못한 이 아이는 인간의 세계로 돌아와 언어를 습득하는데, 너무나 많은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또한, 생후 1년 동안 영아가 부모나 다른 양육자와 신뢰 있고 애정적인 관계를 형성하지 못하면 이후 정서적 안정이나 다른 사람과의 사회적 관계 형성이 어려워지는 예를 흔히 볼 수 있습니다.

여섯째, 발달의 각 측면은 서로 관련되어 있습니다.

이 말은 신체적으로 건강한 아이가 지적으로도 잘 발달할 수 있으며, 정서적으로 안정된 아이가 사회성이 좋을 수 있다는 것을 뜻합니다. 예의를 갖추어 명료하게 말을 잘 하는 아이가 사회성이 좋은 예를 쉽게 볼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어느 한 측면만을 지나치게 강조하는 교육은 조화로운 발달에 장애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잘 인지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