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여행 “어서 와, 평창 빵집은 처음이지?” 외국인 친구에게 자랑하고 싶은 평창 빵 맛
등록 2018.01.24
얼마 전 캐나다에서 메일이 한 통 날아왔다. 밴쿠버에 사는 친구 페니, 캐롤라인, 재니스가 올겨울에 한국을 방문한단다. 2018 평창 동계올림픽을 보기 위해서다. 역시 동계스포츠 강국에 사는 이들이라 다르다. 동계올림픽을 보러 한국까지 오다니…. 그러고 보니 11월 1일이 평창 동계올림픽 D-100일 되는 날이다. 멀게만 느껴졌는데 정말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 친구들의 메일을 받고 나도 손님맞이 준비에 들어갔다. 평창에서 갈 만한 곳과 볼거리, 놀거리 리스트를 뽑아봤다. 먹을거리만 정하면 가이드북 완성! 그런데 뭘 먹지? 평창에서 유명한 산채정식, 오삼불고기, 한우구이, 메밀 요리도 좋지만 '외쿡'에서 오는 친구들인 만큼 간간이 빵 종류도 넣어줘야 할 것 같았다. 몇 년 전만 해도 눈에 띄는 빵집이 별로 없던 곳이어서 고민이었다. 하지만 웬걸. 지난주 답사 겸 단풍놀이 삼아 평창에 갔다가 외국인 친구들에게 자랑하고 싶은 빵집 몇 곳을 발견했다. 유레카! 빨리 애들한테 자랑하고 싶어 마음이 들썩들썩한다. 3인 3색, 그녀들의 취향을 저격할 평창 빵집 리스트를 공개한다.
로컬푸드 카페 '꼬로베이' [왼쪽/오른쪽]채식주의 빵집 '난다나 베이커리' / 메밀로 빵을 만드는 '브레드메밀'
- 채식주의자(비건) + 트레킹과 문화유산 탐방 선호 = 난다나 베이커리
- 로컬푸드 애호가 + 겨울 스포츠 마니아 = 꼬로베이
- 지역 특산물 선호가 + 시장 여행 선호 = 브레드메밀
A타입 : 트레킹과 문화유산에 관심 많은 비건(vegan) → 난다나 베이커리
[왼쪽/오른쪽]월정사 안에 자리한 운치 있는 빵집 / 우유, 달걀, 버터를 쓰지 않는다.
페니는 캐나다에서 늘 트레킹을 즐긴다. 자연주의자이자 건강주의자인 그녀는 산에서 걷는 걸 좋아하는 채식주의자다. 채식주의 중에서도 가장 철저한 비건(vegan)이다. 비건은 육류는 물론 달걀과 우유, 치즈 같은 유제품도 먹지 않는다. 그런 그녀에게 딱 맞는 곳을 찾아냈다. 바로 오대산 월정사 내에 위치한 '난다나 베이커리'다. 사찰에서 운영하는 곳인지라 철저하게 채식을 기반으로 한다. 버터와 우유, 달걀을 일절 사용하지 않는다. 유기농 밀가루와 국산 통밀을 사용하며 다른 식재료도 국내산을 우선으로 선택한다.
난다나 베이커리의 빵은 까다롭게 만들어진다. 우선 월정사라는 큰 사찰에서 운영하기 때문이다. 스님도 먹을 수 있는 빵이어야 하기에 사찰음식의 원칙을 기본으로 한다. 입을 현혹하는 빵보다는 몸에 이로운 빵을 만들며 이윤보다는 정직하고 건강한 맛에 집중한다. 빵을 만드는 책임자 역시 건강한 빵을 최우선시한다. 제빵업계에 긴 시간 몸담았던 그는 본인이 아토피와 피부 알레르기를 앓고 있어 빵 재료에 더 민감하다. 또한 그의 아내는 비건이다. 부부가 먹을 수 있는 빵을 만들다 보니 더 철저할 수밖에 없다.
[왼쪽/오른쪽]친절하게 빵에 들어가는 재료를 알려준다. / 건강하고 정직한 재료로 맛을 내는 빵
난다나 베이커리는 소박하다. 하루에 나오는 빵 종류가 많지 않다. 빵이 화려하지도 않다. 빵에 들어가는 재료 또한 단순하다. 자신감 있게 재료를 하나하나 공개한다. 겉포장보다는 속 내용에 충실한 빵이다. 소보로빵 하나만 봐도 알 수 있다. 손이 많이 가지만 소보로 토핑도 직접 만든다. 코코넛오일에 직접 간 땅콩과 피스타치오를 섞어 만든다. 버터와 땅콩버터, 설탕, 달걀 등을 넣어 만드는 일반 소보로빵 토핑과는 확연히 다르다. 난다나 베이커리의 모든 빵이 그렇다. 채식 크림으로 만든 케이크, 직접 끓인 국산 팥과 누룩 발효종으로 만든 단팥빵 등 건강하면서도 맛난 빵들이다. 빵집 옆으로는 찻집과 카페가 붙어 있다. 빵을 사서 찻집이나 카페에서 음료와 함께 먹을 수 있다. 운치 있는 산사 풍경은 덤이다. 강원도 산중에 이런 근사한 빵집이 있다는 사실에 페니도 분명 놀랄 것이다.
<빵집 옆 즐길 거리> 오대산 월정사 & 선재길
월정사의 가을 풍경 가을이 무르익은 선재길
난다나 베이커리는 채식주의자 페니에게 빵 자체로도 충분히 매력적이지만 주변 환경은 보너스 요인이다. 외국인이 좋아할 만한 한국 산사의 풍경에 고즈넉한 산책길까지 더해진다. 산이 아늑하게 보듬은 절집 마당에는 국보 제48-1호인 평창 월정사 팔각 구층석탑이 서 있다. 산과 전각, 탑이 어우러져 한 폭의 동양화를 완성한다. 전나무숲길과 선재길까지 걷는다면 그야말로 황홀경이다. 월정사에서 상원사까지 이어지는 약 9km 길이의 선재길은 단풍 곱게 물드는 가을 풍경도 아름답지만 눈이 소복하게 쌓인 겨울 풍경 또한 신비롭다. 그러니 평창 동계올림픽 기간에 찾아도 제대로 매력을 음미할 수 있다.
B타입 : 스키 마니아 & 로컬푸드 애호가 → 꼬로베이
컨테이너를 활용한 꼬로베이 외관 꼬로베이 내부에는 창이 많아 풍광을 내다보기 좋다.
캐롤라인은 스키광이다. 밴쿠버에 살지만 겨울이면 휘슬러에 있는 가족 별장에서 살다시피 한다. 또한 그녀는 로컬푸드 애호가이기도 하다. 그녀가 로컬푸드 애호가가 될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지구온난화 때문이다. 언제부터인가 캐나다의 겨울이 달라지고 있다는 걸 느낀 그녀는 지구온난화 방지를 위해 자신이 할 수 있는 작은 일부터 실천하기 시작했는데 그중 하나가 로컬푸드 애용이다. 로컬푸드는 신선한 지역 농산물을 소비해 건강에 좋을뿐더러 푸드마일(농산물이 소비자 식탁에 오르기까지의 운송 거리)을 줄여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감소하니 환경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꼬로베이'를 보는 순간 그녀에게 딱 맞는 곳이라고 생각했다. 꼬로베이라는 가게 이름부터가 온전히 로컬이다. 외국어 같기도 한 '꼬로베이'는 평창군 봉평 지역 사투리로 골짜기를 의미한다. 주인장 부부 역시 봉평에서 태어나고 자란 토박이다. 꼬로베이는 로컬푸드 카페로, 모든 식재료는 지역 농산물을 우선으로 선택한다. 감자, 고구마, 각종 채소류는 텃밭에서 직접 키워 사용한다.
[왼쪽/오른쪽]꼬로베이 대표 메뉴인 수제 버거 / 다채로운 로컬푸드 메뉴를 선보인다.
꼬로베이의 대표 메뉴 중 하나인 수제 버거 세트를 주문해본다. 버거 패티는 평창 한우와 한돈으로 직접 만든다. 세트 메뉴에 나오는 감자튀김이 인상적이다. 기존 햄버거 가게에서 먹던 프렌치프라이가 아니다. 동글 넓적한 모양부터가 다르다. 주인장이 텃밭에서 키운 감자를 주문과 동시에 바로 깎아서 튀겨낸다. 고메 솔트로만 살짝 간을 해 강원도 감자 본연의 맛이 느껴진다. 메밀면을 이용한 파스타, 강원도 감자로 만든 감자크림파스타, 국산 햇 생강으로 담근 생강밀크티 등 다양한 로컬푸드 메뉴가 있다. 차와 함께 곁들일 만한 천연발효빵도 판매한다. 빵은 인근 빵집에서 가져온다. 빵에는 직접 담근 잼과 마당에서 수확한 사과나 고구마가 곁들여 나오기도 한다. '푸드마일 0'로 가까이서 키워낸 식재료가 기본이 되니 꼬로베이에서의 한 끼는 건강을 위해서도 환경을 위해서도 이로운 선택이다.
<카페 옆 즐길 거리> 휘닉스평창
[왼쪽/오른쪽]평창 동계올림픽 공식 경기장이기도 한 휘닉스평창 / 가을 풍경 또한 운치 있다.
캐롤라인이 꼬로베이에 박수를 보낼 또 하나의 이유는 바로 옆에 스키 리조트 휘닉스평창이 있다는 점. 휘닉스스노우파크는 스노보드와 프리스타일 스키 9개 종목 경기가 열리는 평창 동계올림픽 공식 경기장이기도 하다. 그러니 겨울 스포츠를 사랑하는 그녀에게는 더없이 매력적인 장소가 될 터. 동계올림픽 관람도 하고 스키도 탈 수 있으니 만족스럽다.
C타입 : 시장 여행을 사랑하는 지역 특산물 선호자 → 브레드메밀
[왼쪽/오른쪽]시장 한쪽에 자리한 브레드메밀 / 빵을 만드는 누나(최효주)와 차 & 커피를 전문으로 하는 동생(최승수)이 함께 한다.
재니스는 요리와 여행을 사랑한다. 그녀는 세계 각국을 여행할 때마다 지역 시장을 가장 먼저 찾는다. 시장은 그 지역의 문화를 이해하기에 완벽한 장소라고 말하는 재니스. 그녀의 취미는 시장에서 그 지역의 특산물을 찾아 맛보고 요리를 하는 것이다. '브레드메밀'은 그런 그녀에게 꼭 추천하고 싶은 작은 빵집이다.
브레드메밀은 평창 출신의 남매가 운영하는데 이름에서 알 수 있듯 100% 국내산 메밀을 사용한다. 평창과 제주도에서 나는 메밀이다. 빵집 사장인 최효주 씨는 몇 해 전 캐나다에서 온 친구를 통해 메밀 빵 아이디어를 얻게 됐다. 캐나다 친구가 한국에 머물다 집으로 돌아갈 때 평창의 특산물인 메밀을 사가고 싶어 했다고. 메밀만 가지고 가면 음식 활용도가 떨어질 것 같아 최효주 씨는 메밀을 넣은 쿠키를 만들어 친구에게 선물했다. 친구가 메밀 쿠키도 맛있다며 좋아하는 것을 보고 지역 특산물인 메밀을 가미한 빵을 만들기로 결심했다.
먹음직스러운 브레드메밀의 각종 빵
빵집 규모는 작지만 판매대에는 갖가지 빵이 있다. 5일장빵, 보물상자, 도깨비방망이 등 빵 이름이 재미있다. 빵 재료는 착하다. 단팥빵이나 앙버터에 들어가는 단팥은 평창에서 나는 팥으로 직접 쑨다. 팥의 차가운 성질을 보완하기 위해서는 지역에서 난 생강을 이용한다. 인근 목장에서 생산하는 치즈와 우유, 인근 농장에서 재배하는 방울토마토 등 최대한 지역에서 나는 질 좋은 식재료를 사용한다.
손님들에게 따뜻한 빵을 맛보게 하는 주인장 최효주 씨
가게에 들어서면 '빵집 주인을 사귀어야 뜨거운 빵맛을 볼 수 있다'는 문구가 눈에 들어온다. 인심 좋은 최효주 씨는 가게를 찾는 사람들에게 따끈한 빵을 썰어서 맛보라며 내주곤 한다. 잠시 앉아 동생 최승수 씨가 내려주는 커피에 누나 최효주 씨가 만든 빵을 곁들이며 시골 동네 빵집의 따스함을 즐겨보자. 빵 냄새와 함께 사람 사는 냄새가 공간을 가득 채운다. 올겨울 브레드메밀을 방문하면 공간이 좀 달라져 있을 것이다. 빵집과 차 마시는 공간이 분리된다. 빵집은 바로 옆 가게로 옮기고 지금의 빵집은 최승수 씨가 운영하는 차 전문점으로 변모한다. '빵빵한 효주' 씨의 빵집과 '달달한 승수' 씨의 차 전문점이 나란히 함께 할 예정이다.
<빵집 옆 즐길 거리> 평창올림픽시장
맛있는 메밀부치기를 맛볼 수 있는 평창올림픽시장
브레드메밀이 위치한 자리가 평창올림픽시장(구 평창전통시장)이다. 한국 전통시장의 정취를 즐기며 평창 지역 별미인 메밀부치기(메밀부침)를 맛볼 수 있다. 솥뚜껑 팬 위에 순메밀가루 반죽과 배춧잎을 올리고 얇게 부쳐내는 모습은 외국인들에게도 재미난 볼거리를 제공한다. 메밀로 만든 각종 주전부리와 각종 지역 특산물이 있어 평창을 찾는 국내외 여행자들이 꼭 들러볼 만하다.
벌써부터 기다려진다. 올겨울이. 캐나다에서 놀러온 그녀들이 평창의 맛에 놀라워할 모습이 생생하게 그려지기 때문이다. 어서 와, 얘들아~. 평창은 처음이지? 평창의 풍경과 맛이 놀랍지?
여행정보
글, 사진 : 김수진(여행작가)
※ 위 정보는 2017년 10월에 작성된 정보로, 이후 변경될 수 있으니 여행 하시기 전에 반드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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