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행동을 할 때 나름대로 목표를 가지듯이, 부모역할에도 목표가 있습니다. 그러나 실제로 자신이 어떠한 목표를 가지고 자녀를 키우고 있는지에 대해 구체적으로 생각해보는 경우는 흔하지 않은데, 아마도 그것은 지극히 자연스럽게 부모역할을 부여 받았기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 결혼을 하고, 개인에 따라 그 기간에 다소 차이는 있지만 언젠가 임신을 하고 아이를 갖는 순간, 우리는 너무도 쉽게 부모라는 위치에 서게 됩니다.

＂당신은 어떠한 목표를 가지고 부모역할을 하지요?＂라는 질문에 가장 흔하게 나올 수 있는 답변은 ＂우리 아이를 훌륭하게 키우는 것” 일 것입니다. 그 외 건강하게, 행복하게, 유능하게, 지혜롭게, 착하게 등등 일반적으로 부모들은 모든 긍정적인 표현을 다 동원하여 답하고자 애쓸 것입니다.

그렇다면 자녀가 어떠한 모습으로 자랐을 때 우리는 ’훌륭히 자랐다’ 는 표현을 할 수 있을까요? ’훌륭한 사람’ 에 대하여 아동발달적인 측면에서 볼 때, 훌륭한 사람은 스스로를 가치있게 여기고 자신의 맡은 마 임무에 최선을 다하는 사람이라고 정의할 수 있습니다. 한 마디로, 자아존중감(self-esteem)이 높은 사람을 의미하지요. 이를 주제로 한 연구가 그리도 많이 보고되어온 점에서 발견할 수 있듯이, 자아존중감은 많은 아동학자들의 관심사이며 아동발달의 중요한 측면임에 틀림없습니다. 자아존중감이 높은 사람은 설사 사회적으로 미미하게 여겨지는 직업을 가질지라도, 행복한 마음으로 열의를 다하여 그 일에 임하는 사람입니다. 우리의 자녀가 훗날 사회적으로 명성 있는 위치에 있는 사람이 되었을지라도, 스스로에 대해 불만족하게 느끼며, 불안해하고 나아가 삶이 불행하다고 느낀다면 그를 진정으로 훌륭한 사람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중고등학교에 다니는 자녀를 둔 부모라면 이미 터득한 사실이겠지만, 아이들은 부모가 원하는 대로 자라주지만은 않습니다. 특히 학교성적을 예로 들면 좀더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입니다. 어느 학교, 어느 학급이든지 1등이 있으면 꼴찌도 있습니다. 즉, 모두가 다 1 등을 할 수는 없다는 말이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모들은 아이를 뒤에서 밀기만 하고, ‘하면 될 텐데, 노력이 부족하다’ 는 식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자녀에게 끝까지 지나친 요구를 하는 부모들이 없지는 않지만, 대부분의 부모는 아이의 학년이 올라가면서 결국은 스스로 포기를 하게 되지요.

여기서 어린 자녀를 둔 부모들은 보다 현실적일 필요가 있습니다. 다른 아이들에 비해 뒤처지는 우리의 자녀를 그로 인해 그의 자존감마저 처지게 만드는 것이 현명한 일인지를 생각해 보아야 합니다. 학업능력에서는 다소 떨어지더라도 아이가 가지고 있는 또 다른 장점을 찾아내어 당당한 꼴찌를 만들 수는 없을까요? 어떤 부모들은 우리의 교육제도의 병폐를 들먹이며, 사회를 원망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그 역시 별로 효율적인 방법은 아닙니다. 중요한 것은 현실을 직시하는 것입니다. 아이의 능력을 제대로 파악하고, 공부만이 최선의 길이 아니라는 것을 인정해야 합니다. 앞으로의 사회는 학벌보다는 개개인의 다양한 능력과 자신감이 더욱 더 가치있게 평가되고 인정될 것이기 때문이지요. 내 아이와는 거리가 있는 뭐든지 잘하는 옆집 아이를 부러운 듯 바라보는 부모의 표정 앞에서 귀중한 자녀의 자아존중감이 손상된다는 것을 생각해 본 적이 있나요? 현명한 부모라면 내 아이에게 있는 그 무엇인가를 발견하고자 노력하는 데 시간을 투자할 것입니다. 우리의 부모 한 사람 한 사람의 의식이 바로 설 때, 결국 우리의 자녀는 당당한 모습으로 살아갈 것이고, 나아가 우리 모두가 진정으로 행복한 삶을 기대할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