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들 만 19-20세가 되면 어른이 되는 것처럼 생각하는 경향이 있지만, 이 연령은 단지 생물학적 측면 이상의 다른 의미를 갖지는 않습니다. 자신을 포함한 주변의 수많은 어른들의 행동을 통해, 우리는 나이가 들었다고 모두 성숙한 행동을 하는 것이 아님을 잘 알고 있지요.

인간의 정신적 발달은 죽는 순간까지 계속되는 것이고, 이러한 발달은 자신의 노력에 따라 커다란 개인차를 나타낸다는 데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동의할 것입니다. 따라서, 전생애에 걸친 인간 발달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성인기 발달의 기초가 되는 아동기의 발달뿐만 아니라 성인기의 발달 역시 개인의 삶에서 매우 중요한 부분을 차지합니다.

부모로서의 역할은 성인기의 건강한 발달을 위해 다른 어떤 역할 못지않게 중요한 경험의 기회를 제공합니다. 특히 여성의 경우는 임신을 통해 남성에 비해 좀더 일찍 이를 경험하게 되지요. 자신의 몸 안에서 나날이 자라고 있는 생명체로 인해 행동의 제한을 경험할 수밖에 없는 임신 기간은 머지 않아 어머니가 될 예비 어머니들을 단련시키는 기간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아이만 낳으면 날아갈 것 같으리라고 믿었던 임신중의 생각이 잘못되었다는 깨달음은 아이가 태어난 후 얼마 되지 않아 찾아오지요. 하루 밤사이에도 수없이 깨곤 하는 어린 아기를 돌보다가 단 몇 시간이라도 깨지 않고 계속 잘 수 있기를 간절히 바라면서 초보 어머니들은 이전에는 경험하지 못했던 인내와 자기 통제의 순간들을 겪어야만 합니다. 아기의 출생과 더불어 겪게 되는 이러한 경험은 단지 어머니에게만 해당되는 것은 아니고, 자연스레 아버지의 생활에도 영향을 미치기 마련입니다.

부모에게 전적으로 의존적이던 아기가 걸음마를 시작하고 말을 하며 점점 자라나는 모습을 보면서 부모들은 부모만이 경험하는 독특한 행복감을 느낍니다. 그러나 부모 역할은 항상 기쁨만을 가져다 주지는 않습니다. 고열을 내며 말도 못하고 힘들어하는 어린 아기를 보면서, 그리고 그렇게 사랑스럽기만 하던 아이가 점점 자기 주장을 하며 고집을 피울 때 부모는 부모로서의 기쁨 못지않은 고통을 느끼지 않을 수 없지요.

기쁨과 고통이 반복되는 이러한 과정에서 많은 부모들은 인내심, 자기 통제, 사랑, 배려, 나눔, 책임감 등을 경험하게 됩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부모는 분명히 스스로를 단련시키고 점차 성숙해갑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많은 부모들은 자녀 앞에서 인내심을 발휘하고자 애쓰다가 어느 시점을 넘어서면 스스로 그 한계를 깨뜨리고 분노를 폭발하여 자녀에게 상처를 입히고 결국은 스스로도 후회하는 일을 번번이 저지르곤 하지요.

또, 어떤 부모들은 아예 인내심이라는 것은 관심도 없이 자녀 앞에서 전혀 정화되지 않은 자신의 모습을 그대로 드러내기도 합니다. 물론, 이것은 부모가 자녀 앞에서 가식적인 모습을 보이라는 의미는 결코 아닙니다.

중요한 것은, 보다 성숙된 자녀의 모습을 원하는 부모라면 부모 자신이 성숙된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성숙된 모습을 보이기 위해서 부모 자신도 나날이 보다 더 발전적인 방향으로 변화하여야 합니다. 이러한 점에서 볼 때, 부모 역할은 아동은 물론 부모 자신의 발달에도 더없이 중요한 기회가 될 수 있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