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여행 아프지만 꼭 기억해야 할 역사, 군산근대역사박물관

등록 2020.01.29

군산근대역사박물관 3층 근대생활관에 재현한 1930년대 군산의 번화가군산근대역사박물관 3층 근대생활관에 재현한 1930년대 군산의 번화가
일제강점기 참혹한 수탈이 할퀴고 간 군산은 상처투성이다. 그러나 햇빛에 바래면 역사가 된다던가. 무수한 약탈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은 거리는 생생한 고통의 기록이자, 잊지 말아야 할 역사가 됐다. 이 특별한 여행지를 천천히 걷다 보면 아픈 과거를 딛고 일어선 이들의 든든한 힘을 발견한다.
군산의 아픈 과거를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군산근대역사박물관 전경군산의 아픈 과거를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군산근대역사박물관 전경
조선 시대에 군산은 호남평야에서 거둔 세곡을 보관·수송하기 위한 조창이 설치된 경제적 요충지였다. 1899년 군산항이 개항할 무렵엔 무역항으로서 황금빛 미래도 꿈꿨다. 그러나 일제강점기 식민지 수탈의 근거지로 왜곡된 성장을 겪는다. 근대화의 상징인 기찻길이 놓이고 신작로가 뚫렸지만, 일제의 약탈을 위한 것이었다. 채만식의 장편소설 《탁류》에서도 서천 출신 정 주사가 군산에 가면 번듯한 직업을 구할 수 있다는 말에 가족을 데리고 똑딱선에 오른다. 정 주사는 이 화려한 근대도시에서 재산을 모두 잃고, 딸 초봉마저 팔아넘기듯 고태수에게 시집보낸다. 발버둥 칠수록 깊은 수렁에 빠진 초봉의 운명처럼 일제강점기 군산은 절망의 밑바닥을 헤맬 수밖에 없었다.
일제가 대륙에 진출할 목적으로 건설한 어청도등대일제가 대륙에 진출할 목적으로 건설한 어청도등대
군산근대역사박물관은 이 같은 도시의 상처를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로비에 들어서면 일제가 대륙에 진출할 정략적인 목적으로 건설한 어청도등대가 반겨준다. 3층 근대생활관에는 약 40㎢(1200만 평)에 이르는 구마모토농장의 토지 목록, 창씨개명 호적 원부 등 일제의 수탈과 탄압을 짐작할 수 있는 자료가 다수 전시된다.
1930년대 미곡 시세가 적힌 칠판1930년대 미곡 시세가 적힌 칠판
일제강점기 군산의 다양한 풍경도 재현해 관람객의 이해를 돕는다. 군산 최고 번화가였다는 영동상가 맞은편에는 산비탈로 쫓겨난 도시 빈민이 거주하던 토막집이 있어 대비된다. 한가운데 《탁류》에서 ‘미두장’으로 표현한 군산미곡취인소도 눈에 띈다. 칠판에 적힌 당시 미곡 시세 현황을 보면 군산에서 7원 20전인 쌀이 오사카로 넘어가면 13원 40전, 시모노세키에선 15원 11전이다. 곡식을 사고팔며 생기는 시세 차익을 노린 미두가 성행한 이유다. 그러나 일확천금의 꿈은 오히려 조선 자본가의 몰락을 재촉했다. 소설에서 정 주사가 패가망신한 것도 미두 때문이다.
독립운동가에게 감사의 글을 남기는 공간독립운동가에게 감사의 글을 남기는 공간
일제의 대규모 수탈을 눈앞에서 지켜본 만큼 군산의 독립운동은 거세고 뜨거웠다. 2층 독립영웅관은 군산에서 호남 최초로 일어난 3·1만세운동과 악질적인 일본인 농장을 대상으로 벌인 옥구 농민 항쟁을 다룬다. 독립운동가에게 감사의 글을 남기는 공간이 있어, 아이들과 함께 느낀 점을 이야기해도 좋다.
군산근대역사박물관을 비롯해 근대 건축물을 둘러보는 스탬프 투어군산근대역사박물관을 비롯해 근대 건축물을 둘러보는 스탬프 투어
본격적인 시간 여행은 박물관을 나서며 시작된다. 오른쪽으로 구 군산세관 본관(사적 545호)이, 왼쪽으로 구 일본제18은행 군산지점(등록문화재 372호)과 구 조선은행 군산지점(등록문화재 374호)이 이어진다. 이곳을 둘러보는 스탬프 투어를 추천한다. 자연스레 식민지의 아픈 역사를 체험하고, 완료 기념품으로 태극기 바람개비도 받을 수 있다. 스탬프 투어 지도는 군산근대역사박물관 1층 안내데스크에 있다.
호남관세전시관으로 사용되는 구 군산세관 본관 내부호남관세전시관으로 사용되는 구 군산세관 본관 내부
1908년에 지은 구 군산세관 본관은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세관 건물이다. 고딕 지붕과 로마네스크 창문, 영국식 현관과 벽난로의 흔적 등 유럽 건축양식을 혼합한 근대 일본식 건물의 특징이 그대로 드러난다. 현재 호남관세전시관으로 활용돼 내부 관람도 가능하다. 같은 시기에 지은 건물 하나는 인문학 카페로 운영된다. 아이들이 읽기 좋은 그림책이 많고, 프렌치 불도그를 캐릭터로 내세운 기념품과 포토 존이 인기다. 개항 후 프랑스인의 애완견으로 처음 군산을 찾았다는 이 낯선 강아지의 사연도 재밌다.
군산근대미술관 뒤쪽에 안중근 의사가 순국한 뤼순 감옥을 재현한 공간군산근대미술관 뒤쪽에 안중근 의사가 순국한 뤼순 감옥을 재현한 공간
구 일본제18은행 군산지점은 군산근대미술관으로, 구 조선은행 군산지점은 군산근대건축관으로 사용된다. 미술관 뒤쪽에 안중근 의사가 순국한 뤼순(旅順) 감옥을 재현한 공간이 있다. 벽에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는 글귀가 선명하다.
군산항 축항 공사를 기념하며 쌓은 쌀가마니를 찍은 사진이 군산근대건축관에 있다.군산항 축항 공사를 기념하며 쌓은 쌀가마니를 찍은 사진이 군산근대건축관에 있다.
1922년에 지은 조선은행은 당시 군산에서 가장 높은 건물이었다. 사용하지도 않는 2층을 올리고 과시하듯 지붕을 높게 설계한 모양이 치졸하게 느껴진다. 건축관 한쪽에 1926년 군산항 축항 공사를 기념하며 쌓은 쌀가마니 사진이 있다. 기름진 호남평야를 옆에 두고 풀뿌리로 연명하기도 어렵던 이들에게 쌀가마니 탑은 어떤 의미였을까. 아이도 사진 앞에서 한참 걸음을 떼지 못한다.
진포해양테마공원에 있는 위봉함은 진포대첩 관련 전시관으로 활용된다.진포해양테마공원에 있는 위봉함은 진포대첩 관련 전시관으로 활용된다.
일본식 건물인 ‘장미갤러리’와 ‘미즈커피’를 지나 진포해양테마공원에서 스탬프 투어를 마무리한다. 공원에는 일제가 밀물과 썰물의 영향을 받지 않고 쌀 수백만 석을 배에 싣도록 설치한 군산내항 뜬다리부두(등록문화재 719-1호)가 여전히 제자리를 지킨다. 전시관으로 활용되는 위봉함에선 세계 최초 함포 해전으로 기록된 진포대첩을 VR로 체험할 수 있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곰 인형이 가득한 테디베어뮤지엄군산아이들이 좋아하는 곰 인형이 가득한 테디베어뮤지엄군산
근대역사박물관에서 10분 남짓 걸어가면 테디베어뮤지엄군산을 만난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테디 베어로 영국 런던, 프랑스 마르세유, 미국 뉴욕 등 세계 각국의 랜드마크를 재현했다. 부산 해운대와 남원 광한루, 군산 새만금의 풍경이 반갑다. 지역의 아픈 역사를 담아낸 전시도 마련했다. 군산항에선 일본으로 향하는 배에 쌀을 싣고 있다. 일본 군복을 입은 곰 인형의 경비가 삼엄하다. 일본 상인의 호화로운 주택은 만세운동의 배경으로 등장한다.
낡은 기찻길과 다닥다닥 붙은 판잣집이 독특한 정취를 불러일으키는 경암동철길마을낡은 기찻길과 다닥다닥 붙은 판잣집이 독특한 정취를 불러일으키는 경암동철길마을
경암동철길마을도 자동차로 10여 분 거리에 있다. 낡은 기찻길 옆으로 다닥다닥 붙은 판잣집이 독특한 정취를 불러일으킨다. 1970~1980년대 교복 대여소나 멋스런 흑백사진을 촬영해주는 스튜디오가 곳곳에 있다.
달고나 만들기에 열중하는 아이달고나 만들기에 열중하는 아이
그러나 아이들의 눈길을 사로잡는 건 단연 불량 식품. 알록달록 자극적인 과자의 유혹에 엄마 아빠도 참기 힘들다. 온 가족이 뜨끈한 연탄불 주위에 둘러앉아 쫀드기를 굽고, 달고나도 만들어보자. 정겨운 군산의 맛이 내내 그리운 추억으로 남을 것이다.
〈당일 여행 코스〉
군산근대역사박물관→호남관세전시관→군산근대미술관→군산근대건축관→진포해양테마공원→테디베어뮤지엄군산→경암동철길마을

〈1박 2일 여행 코스〉
첫째 날 / 군산근대역사박물관→호남관세전시관→군산근대미술관→군산근대건축관→진포해양테마공원→테디베어뮤지엄군산→경암동철길마을
둘째 날 / 고군산군도(신시도-무녀도-선유도-장자도)

여행정보

관련 웹 사이트 주소
문의 전화
  • 군산시청 관광진흥과 063)454-3320
  • 군산근대역사박물관 063)454-5953
  • 호남관세전시관 063)730-8721
  • 군산근대미술관 063)446-9812
  • 군산근대건축관 063)446-9811
  • 진포해양테마공원 063)454-7870
  • 테디베어뮤지엄군산 063)446-9000
대중교통 정보
  • [버스] 서울-군산, 센트럴시티터미널에서 15~60분 간격(06:00~23:50) 운행, 약 2시간 30분 소요. 동서울터미널에서 하루 11회(07:30~18:30) 운행, 약 3시간 30분 소요.
    군산시외버스터미널 정류장에서 1번·2번·8번·9번 일반버스 이용, 근대역사박물관 정류장 하차, 약 15분 소요.
    * 문의 : 센트럴시티터미널 02)6282-0114 고속버스통합예매 www.hticket.co.kr 동서울종합터미널 1688-5979 시외버스통합예매시스템 https://txbus.t-money.co.kr 군산고속버스터미널 063)445-3824 군산시외버스터미널 1666-2747
자가운전 정보
  • 경부고속도로→천안 JC에서 광주·전주·세종 방면→논산천안고속도로→공주 JC에서 당진·서천 방면→서천공주고속도로→동서천IC교차로에서 우회전→하구둑사거리에서 우회전→송내교차로에서 좌회전→해망교차로에서 우회전→내항사거리에서 좌회전→군산근대역사박물관
숙박 정보
  • [한국관광 품질인증업소] 에이치모텔 : 군산시 죽성로 33-5 (장미동), 063)442-8941
  • [한국관광 품질인증업소] 파라다이스호텔 : 전라북도 군산시 조촌1길 21 (경장동), 063)452-3388

    · 한국관광 품질인증 이란?
      ☞ 숙박, 쇼핑 등 관광시설과 서비스에 대한 품질을 국가에서 인증하는 제도로서 엄격한 심사를 통해 선발되며, 다양한 사후관리를 위해 품질을 유지합니다.
      ※ 더 많은 품질인증업소 정보는 네이버, 다음 등에서 「한국관광 품질인증」 검색!

  • 라마다 군산 : 군산시 대학로, 063)441-8000, www.ramadagunsan.com
  • 베스트웨스턴 군산 : 군산시 새만금북로, 063)469-1234, www.gunsanhotel.co.kr
  • 여미랑 : 군산시 구영6길, 063)442-1027, http://yeomirang.com
  • 나비잠게스트하우스 : 군산시 구영3길, 010-8436-8810, https://cafe.naver.com/gunsannabijam
식당 정보
  • 복성루 : 짬뽕, 군산시 월명로, 063)445-8412
  • 한일옥 : 소고기뭇국·육회비빔밥, 군산시 구영3길, 063)446-5491
  • 인문학창고정담×카페 먹방이와친구들 : 황제아메리카노·먹빵, 군산시 해망로, 063)461-1908, www.mugbangiandfriends.com
주변 볼거리
  • 구불길, 금강철새조망대, 새만금방조제

 

※ 위 정보는 2019년 12월에 작성된 정보로, 이후 변경될 수 있으니 여행 하시기 전에 반드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 이 기사에 사용된 텍스트, 사진, 동영상 등의 정보는 한국관광공사가 저작권을 보유하고 있으므로 기사의 무단 사용을 금합니다.

제공

매일아이의 소중한 자산을 지켜주세요.
매일아이의 모든 콘텐츠는 저작권의 보호를 받으며, 무단 전재할 수 없습니다.

같은 카테고리 인기 콘텐츠

넉넉한 덕을 지닌 덕유산을 즐기는 곳, 덕유대

덕유대 캠핑장이 위치한 덕유산국립공원은 봄, 여름, 가을, 겨울의 자연이 모두 아름답기로 유명한 곳 이다.

계절의 아름다움을 따라 아무생각 없이 걷기 좋은 길

겨우내 움츠러진 내 몸도 봄을 준비해야 될 때인 거 같아 오랜만에 길 위에 섰다. 아무 생각 없이 천천히 고요하게 걷기 좋은 길, 오늘은 북한산둘레길 09코스와 10코스를 걸어볼 생각이다.

녹차향 머금고 별 헤는 밤, 보성 천문과학관

‘2015년 한국관광 100선’에 선정되기도 한 보성녹차밭에 또 하나의 볼거리가 생겼다. 2014년 11월에 문을 연 천문과학관이다. 대한다원 바로 옆에 있는 한국차소리문화공원 안에 자리 잡았다.

쿵푸팬더, 너 어떻게 태어났니?

슈렉과 피오나의 겁나먼 왕국, 쿵푸팬더 포가 태어난 칭청산, 드래곤들이 날아다니는 바이킹의 마을 버크 섬까지. 어딘가에 존재하고 있을 것만 같은 이곳들은 어떻게 세상에 소개된 걸까? 우리의 눈길을 사로잡았던 멋진 스토리와 배경의 근원지가 궁금하다면 바로 이곳, 드림웍스 애니메이션 특별전으로 출발!

뜨겁게 매운맛 함흥냉면

매콤, 달콤, 새콤의 맛을 동시에 느낄 수 있는 함흥냉면 맛집이야기

최상단으로 가기
닫기
자세히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