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여행 산골 역과 무쇠다리 마을 여름 여행, 소백산역과 무쇠달마을

등록 2018.08.02

무쇠달마을은 소백산역이 있는 마을이다. 산자락 경사지에 옹기종기하다. 죽령옛길 진입 마을이자 소백산 3자락길 시작점으로 알려졌지만, 풍기 사람에게는 손쉽게 떠날 수 있는 동네 피서지다. 물론 무쇠달마을과 소백산역이 주는 아기자기한 즐거움도 빼놓을 수 없다.


소백산역 옥상에서 바라본 기찻길과 기차가 지나가는 모습 옛 역명(희방사)을 같이 표기한 소백산역 외관[왼쪽/오른쪽]소백산역 옥상에서 바라본 기찻길과 기차가 지나가는 모습 / 옛 역명(희방사)을 같이 표기한 소백산역 외관



무쇠다리를 가진 마을

무쇠달마을은 오랫동안 알려지지 않은 산골이었다. 북적대는 희방계곡을 피해 풍기 사람들만 간간이 찾아들었다. 무쇠달마을이 알려진 건 죽령옛길을 복원하고 소백산자락길이 지나면서부터다. 죽령옛길은 우리나라 최초의 길 문화재로, 지난 2007년 명승 제30호로 지정되었다. 《삼국사기》에 “신라 아달라왕 5년(서기 158년)에 비로소 죽령길이 열렸다”고 적혀 있으니 1,900년 가까운 시간이다. 
소백산역은 무쇠달마을의 랜드마크였다. 1942년 4월 간이역으로 문을 열었고, 한국전쟁 중이던 1951년에 보통역으로 승격했다. 한동안 대부분의 기차가 소백산역에서 정차했다. 소백산과 가장 가까운 기차역으로, 희방계곡을 지나 연화봉으로 올랐다. 그때 소백산역을 찾았던 이들에게는 희방사역이라는 옛 이름이 더 친숙하다. 불과 5~6년 전까지만 해도 그리 불렸다.


다자구할머니 이야기가 적혀있는 역 내 모습 소백산역에서 무쇠달마을로 내려가는 계단에서 본 풍경[왼쪽/오른쪽]역 내에는 다자구할머니 이야기가 소백산역만의 사연을 만든다. / 소백산역에서 무쇠달마을로 내려가는 계단에서 본 풍경

희방사는 희방계곡에 있는 사찰로 무쇠달마을과는 각별한 관계다. 무쇠달은 무쇠다리를 의미한다. 수철리의 옛 지명도 수철교(水鐵橋)리였다. 이름과 관련한 일화는 삼국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신라 선덕왕 12년, 희방사 두운스님이 비녀가 목에 걸린 호랑이를 구해줬다. 호랑이는 은혜를 갚으려고 서라벌 호장 유석의 딸을 데려다 바쳤다. 두운스님은 크게 노하며 유석의 딸을 서라벌로 돌려보냈다. 호장 유석은 이에 대한 감사의 표시로 희방사 가는 개울에 무쇠다리를 놓았다는 전설이다. 그러니 그 이름을 어찌 쉽게 지워낼까. 지금도 소백산역 간판 옆에 희방사라는 역명이 함께 적혀 있다. 기차표를 예매할 때도 희방사역이라는 이름을 사용한다. 지난 5월에는 영화 <소백산역>을 촬영했다. 산골 작은 역을 살리려는 역무원과 마을 사람들의 이야기다. 무쇠달마을은 그 자체로 영화의 이야기이고 생동하는 세트다.


소백산역 옥상 쉼터에서 내려다본 기찻길 가마솥 물물교환[왼쪽/오른쪽]소백산역 옥상 쉼터에서 내려다본 기찻길 / 가마솥 물물교환은 소백산역을 한층 매력적으로 만드는 아이디어다.소백산역 창고를 마을 사람들의 옛 부엌으로 개조했다.소백산역 창고를 마을 사람들의 옛 부엌으로 개조했다.



다자구할머니가 지키는 소백산역

2014년에는 간이역 문화 프로젝트 사업이 시행되었다. 소백산역 역시 문화역으로 변모했다. 기차역 본연의 역할은 물론 소백산과 무쇠달마을의 정취를 담고 있다. 역 안에서는 마을의 수호신 다자구할머니가 이야기를 건넨다. 과거 죽령옛길은 산세가 험하다 보니 산적이 자주 출몰했다. 산적에게 아들을 잃은 다자구할머니는 아들을 찾는 척하며 산적 소굴로 들어갔고, 관군은 할머니의 신호로 산적을 소탕할 수 있었다. 그때 산적들이 자고 있으니 공격하라는 신호가 ‘다자구야’, 안 자고 있다는 신호가 ‘돌자구야’였다. 벽에는 무쇠달마을 노래와 함께, 죽령옛길에서는 ‘다자구야’ 하고 인사하면 ‘돌자구야’ 하며 받는다고 적혀 있다. 
창고로 쓰던 공간도 흥미롭다. 무쇠달마을의 옛날 부엌으로 꾸며 마을 사람들이 사용했던 생활용품을 전시한다. 팽이, 바둑 등 전통놀이도 즐길 수 있다. 전등을 메주 모양으로 꾸민 것도 이채롭다. 특히 가마솥 물물교환이 재미나다. 한쪽 구석에 아궁이를 재현하고 가마솥을 설치했는데, 가마솥에 물건을 두고 가면 다음 사람이 그 물건을 꺼낸 뒤 새로운 물건을 넣어놓는 게 규칙이다. 물건으로 잇는 사람과 사람의 사연이다. 옥상은 쉼터 겸 작은 정원이다. 주변에 높은 건물이 없으니 전망대나 진배없다. 사방으로 소백산 산세가 시원스럽고, 간간이 소백산역으로 들어오는 기차를 볼 수 있다. 다만, 계단 앞에 출입금지 표시가 있는데, 역무원에게 허락을 구하고 주의사항을 들은 뒤 올라가야 한다.


계곡에서 잡은 다슬기 여러개 굴다리 주변 계곡[왼쪽/오른쪽]무쇠달마을 구판장 옆 계곡에서 다슬기를 잡을 수 있다. / 굴다리 주변 계곡에서 더위를 식히는 여행객들굴다리를 지나면 풍기 사람들이 편하게 찾는 계곡이 반긴다. 소백산역 아래 굴다리는 또 다른 피서지다.[왼쪽/오른쪽]굴다리를 지나면 풍기 사람들이 편하게 찾는 계곡이 반긴다. / 소백산역 아래 굴다리는 또 다른 피서지다.



풍기의 숨은 계곡

소백산역을 둘러보고 계단을 내려가면 무쇠달마을 갈림길이다. 북쪽은 희방계곡의 물길이 마을을 가른다. 희방사까지 잇는 희방사옛길로 도로가 발달하기 전에는 희방사와 소백산을 걸어서 오갔다. 1시간 30분쯤 걸리는데 희방폭포 등이 있어 다녀올 만하다. 하지만 여름에는 마을 구판장휴게소까지 가벼운 산책으로 대신한다. 구판장 입구 계곡은 다슬기를 잡으며 놀기에 안성맞춤이다. 
역 아래 갈림길의 왼쪽은 무쇠다리 옛터로 가는 길이다. 첫 모퉁이를 돌아서면 계곡을 낀 굴다리가 나온다. 굴의 절반은 사람이 걷는 길이고, 나머지 절반은 물이 지나는 길이다. 물길도 바닥에 콘크리트 포장을 했다. 굴 안의 평상 위에서 더위를 피하는 이들도 있다.
굴다리를 지나면 비로소 너른 계곡다운 계곡이다. 길 왼쪽에는 고목 아래 쉼터가 반긴다. 무쇠다리 옛터이자 무쇠다리쉼터다. 무쇠달마을의 무쇠다리는 근근이 명맥을 이어오다 중앙선 철도가 지나며 사라졌다. 대신 쉼터 가장자리에 무쇠다리를 재현한 앙증맞은 다리가 놓였다. 고목 아래 쉼터는 그늘이 넓어 돗자리를 깔고 쉬기에 무난하다.
무쇠다리쉼터 아래쪽 계곡은 도솔봉의 시맥골과 연화봉의 희방계곡 물길이 합류하는 지점이다. 풍기 읍내 남원천의 상류에 해당한다. 계곡 바로 옆에는 펜션이 드문드문 자리한다. 풍기 사람들이 희방계곡 대신 편하게 찾는 물가다. 인근 펜션이나 야영장에서 하루를 묵어가도 좋고, 한나절 계곡에 발 담그고 더위를 쫓아도 좋다.


무쇠다리쉼터의 앙증맞은 다리 모형이 눈길을 끈다. 죽령옛길의 아담한 나무터널[왼쪽/오른쪽]무쇠다리쉼터의 앙증맞은 다리 모형이 눈길을 끈다. / 죽령옛길의 아담한 나무터널이 걷는 즐거움을 더한다.나무가 터널을 만들고 벤치가 하나 있는 운치있는 죽령옛길죽령옛길은 소백산자락길의 일부로서 트레킹 코스로 인기다.



옛길, 온천 또는 박물관

소백산역과 무쇠달마을을 돌아본 뒤 죽령옛길로 향한다. 소백산자락길과 겹치는데 입구까지는 차로 이동할 수 있다. 옛길은 죽령을 지나 단양으로 넘어간다. 소백산자락길이 목적이 아니라면 죽령휴게소에서 왔던 길로 내려가거나 버스로 이동한다. 옛길은 초반을 제외하고는 숲이 넉넉한 그늘을 드리워 시원하다. 나무가 몸을 기울인 터널도 지나고, 하늘말나리나 짚신나물, 산수국 등 여름 야생화도 만난다. 중간에는 쉴 만한 의자와 물가가 있다. 계곡물이나 바람에 얼굴을 씻으며 잠시 쉬어간다. 
가족 단위 여행이라면 소백산역에서 풍기 읍내 쪽으로 방향을 잡아보자. 수철리와 이웃한 창락리를 지나며, 소백산풍기온천리조트와 인삼박물관이 있다. 소백산풍기온천리조트는 유황온천으로 지하 800m에서 나오는 100% 원수를 공급한다. 아쿠아플레이, 워터슬라이드 등을 갖춰 아이들이 물놀이를 즐기기에 안성맞춤이다. 그 사이 어른들은 바데풀이나 테라피 등에서 피로를 씻어도 좋겠다. 소백산풍기온천리조트 지척에는 인삼박물관이 있다. 지상 2층 규모로 기획전시실, 인삼전시실, 인삼체험실 등으로 이뤄진다. 실내 모래밭에서 인삼을 심고 캐거나, 모형으로 인삼밭을 만들고, 심마니가 돼 암벽을 타보는 등 체험 위주의 전시가 눈길을 끈다. 좀더 생생한 현장을 체험하고 싶다면 풍기역 앞 인삼시장이나 선비골인삼시장에서 여행을 갈무리하는 것도 방법이다.

인삼박물관 내부 전시관 인삼박물관 체험 시설인삼박물관

여행정보

관련 웹사이트 주소
  • 무쇠달마을 : 경북 영주시 풍기읍 죽령로1513번길 64(무쇠달마을회관)
  • 소백산역(희방사역) : 경북 영주시 풍기읍 죽령로1513번길 41-9, 054-638-7788
  • 인삼박물관 : 경북 영주시 풍기읍 죽령로 1378, 054-639-7686
문의전화
  • 풍기읍주민센터 054-636-3001
  • 소백산자락길안내소 054-634-3121
주변 음식점
  • 서부냉면 : 평양냉면 / 영주시 풍기읍 인삼로3번길 26 , 054-636-2457
  • 약선당 : 약선정식 / 영주시 봉현면 신재로 887-14, 054-638-2728
  • 영주축협한우프라자 : 불고기 / 영주시 풍기읍 안풍로308번길 7, 054-631-8400
  • 정도너츠 : 도넛 / 영주시 풍기읍 동양대로 6-1, 054-636-0043
숙소

글, 사진 : 박상준(여행작가)

※ 위 정보는 2015년 7월에 작성된 정보로, 이후 변경될 수 있으니 여행 하시기 전에 반드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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