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자를 모르는 아이들이 그림책에 흥미를 가지려면 부모가 읽어주어야 합니다. 말재주가 없다고, 시간이 없다고 그림책을 자주 읽어주지 않는다면 정말로 중요한 것을 놓치고 있는 것입니다. 그림책만 매일매일 읽어 주기만 해도 좋은 부모 노릇을 다했다고 자부해도 좋습니다. 그림책에는 부모로서 아이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다 담겨 있고, 그림책을 통해 세상을 이해하고, 화해하며 행복하게 사는 방법들을 배울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그림책을 짧고 간결한 책으로만 보아서는 안 됩니다. 그렇게 보고 아이에게 책을 읽어주면 전혀 아이의 감동을, 흥미를 이끌어낼 수 없지요. 단순한 그림이지만 아이는 그 그림에서 행동을 모방하고, 짧은 글이지만 아이는 그 글에서 말을 배우고, 인지하고, 생각하는 힘을 기르게 됩니다. 부모가 그림책을 읽어줄 때마다 아이는 더 큰 세상을 선물 받고 있는 셈입니다.

책 속의 등장인물을 아이의 친구로 만들어주어라

그림책 속에 등장하는 인물, 동물들은 바로 아이의 친구들입니다. 그 친구가 웃을 때는 아이도 즐겁고, 그 동물이 위험에 처할 때는 같이 가슴을 조립니다. 수프를 먹다가 입에 묻히면(‘싹싹싹’에서) 그림책에서 본대로 엄마한테 닦아 달라고 하고, 딕 브루너의 미피가 춤을 출 때면 일어나 춤을 추는 것도 다 그림책에서 받은 영향 때문입니다. 이렇듯 그림책에서 만난 친구들을 모방하다 보면 현실 세계의 사람들과도 쉽게 관계를 맺을 수 있습니다.

우선 책 속의 등장인물을 아이의 친구로 만들어주려면 친구라고 이야기해주며 아이가 동일시하도록 끌어주어야 합니다. 등장인물들의 행동을 직접 시연해 보이고, 감정을 전달해주어야 합니다. 또 일상에서도 놀이로, 생활로 이어지도록 격려하고, 칭찬해주어야 합니다. 한 권의 그림책은 아이를 성장시켜주는 거름이요, 햇빛이요, 바람이요, 비입니다.

아이들이 마음에 들어 하는 책을 자주 읽어주어라

아이들마다 반응해오는 책이 다릅니다. 부모가 좋아서 읽어주려고 애를 써도 뿌리치는 책이 있지요. 그러니 아이의 의사를 존중해주어야 합니다. 열 번 스무 번 한 가지 책을 고집할 때도 읽어주어야 합니다. 부모의 목소리로 듣는 편안함과 안도감이 아이들이 느끼는 알 수 없는 불안감을 누그러뜨리기도 하고, 거기서 자신이 사랑받고 있음을 확신하고, 책과 부모와 자신이 엮는 시간 속에서 마냥 행복을 느끼기 때문이지요.

만약 꼭 읽어주고 싶은 책에 아이가 흥미를 보이지 않는다면, 책을 읽어주는 방법을 색다르게 바꿔보세요. 관심을 보일 만한 페이지를 먼저 보여주거나, 노래를 불러 솔깃하게 만들어 주세요. 또 수수께끼를 내서 호기심을 유발하든지, 의성어/의태어를 보태서 읽어 보시길 바랍니다. 또 아이의 생활과 관련된 부분을 재미있게 엮어주어도 좋고, 부모의 경험을 들려주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부모가 먼저 읽어주는 기쁨을 느껴라

시처럼 아름다운 문장, 볼수록 아름다운 그림, 그림책은 그래서 아이 뿐만 아니라 읽어주는 어른에게도 큰 즐거움을 줍니다. 반복해서 읽을수록 아이들의 관심을 끌어내고, 어른들에게 감동을 준다면 그것이야말로 좋은 그림책입니다. 그러나 아무리 좋은 그림책이라도 읽어주는 부모가 ‘그림이 귀엽군’, ‘글씨가 적네’ 하면서 주의 깊게 책을 보지 않고 내려놓는다면 무슨 소용이 있을까요? 먼저 부모가 감동할 준비가 되어 있어야 그림책에 빠질 수 있습니다. 부모가 먼저 간결하지만 풍부한 표현력을 갖고 있는 글과 아이의 마음을 자극하는 그림을 찬찬히 보면서 그림책을 충분히 즐겨야 아이를 멋진 그림책의 세계로 인도할 수 있습니다.
비록 아이들이 커서 읽어준 그림책을 기억하지 못해도, 함께 했던 즐거움과 행복은 아이들 의식 밑바닥에 녹아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