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와 캠핑하기, 밑줄 좌악! 언젠가 적어둔 버킷리스트에 줄긋기를 할 시간이다. 북한강이 코스모스와 구절초로 물드는 이 가을, 자연에서 흙과 이슬로 밥 지을 아이와 캠핑을 떠나보자. 영유아 초보 캠퍼에게 안성맞춤 여행지, 바로 가평 자라섬 캠핑장이 목적지다. 곧 ‘재즈페스티벌’로 온 섬이 들썩일 테지. 카라반에서 아이와 잊지 못할 낭만 선율을 노래하자.

아이와 가평 자라섬 여행을 계획했다면 함께 들려볼 코스, 이화원이다. 사계절 살아있는 나비를 관찰 할 수 있는 나비생태원. 아홉 개의 테마로 숲을 조성해 나인포레스트가 또 다른 이름이다. 자라섬 안에 있으며 캠핑안내소에서 우회전하면 바로 만날 수 있다.

본격적인 나비관찰은 ‘나비생태관’ 입장으로 시작된다. 온실 속 사계절 푸른 실내정원에 다채로운 나비가 날아다닌다. 연중 13~25도로 열대 자연환경을 유지하고 있어 실내는 다소 습하고 덥다. 그래서인지 모기가 아이들에게 달라붙기 일쑤. 입장전 미리 모기기피제를 뿌리고 가길 추천한다. 나비생태관은 바깥 날씨가 추울수록 만족도가 높다.

하지만 식물에 앉았다 관람객 발걸음 소리에 팔랑대는 나비를 보며 설레는 건 아이 어른 모두 마찬가지. 마냥 뛰던 아이들도 이순간만큼은 나비를 지긋이 바라본다. 암먹부전나비, 대만흰나비, 긴꼬리제비나비, 청띠신선나비 등 국내외 다양한 종을 만날 수 있다.

기차가 멈추고, 음악이 흐른다. 1939년 개장한 옛 가평역 폐선 부지에 2019년 1월 뮤직빌리지의 음표가 그려졌다. ‘음악역 1939’는 총 37,257㎡(12,000평) 규모에 공연장, 스튜디오, 연습동, 레지던스, 영화관, 레스토랑 등의 시설을 구비해, 연간 25개의 다양한 음악 관련 프로그램이 열리는 음악중심 문화공간이 되었다. 가평시외버스터미널에서 도보 3분 거리에 있어 대중교통 접근성도 뛰어난 편.

메인게이트에서 직선으로 보이는 ‘뮤직센터(M-Station)’가 이곳의 중심. 254석의 실내공연장과 상영관(1939 CINEMA), 음악카페 등이 있다. 시네마는 총 2관으로 최신개봉작을 상영한다. 영화관람료는 일반영화관보다 다소 저렴하다. 뮤직센터 2층에는 북카페가 마련되어 있어, 어린이 도서 코너에서 아이와 시간을 보내기 좋다. LP레코드 플레이어에서 흘러나오는 음악도 색다른 분위기를 연출한다.

아이들은 야외 테마공원과 공연장에서 자유롭게 뛰어노느라 이곳이 전 세계 유명 녹음실 300여 개를 만든 샘 도요시마가 설계한 장소란 것은 모를 테지만, 아마도 가평이 장차 음악도시로 거듭날 거란 건 성장하며 실감하겠다.

음악역1939는 무장애 여행을 위한 편의시설도 잘 갖췄다. 남녀 장애인 화장실은 물론 영화관 내 장애인 좌석공간, 장애인 주차장, 경사로 및 점자안내판, 유도동선, 승강기 등 ‘모두 함께’시설을 이용할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다. 다만, 유아휴게실이 별도로 마련되지 않은 점은 아쉽다.

자라섬 캠핑장 체크인 전, 든든하게 배를 채우고 가자. 가평군청 인근의 피자맛집이다. 가평주민이 사랑하는 맛집으로 알려졌는데, 쭉쭉 늘어나는 치즈가 듬뿍 들어가 피자와 돈가스에 풍미를 더한다.

오후 2시 이제 캐라반 체크인 시간이다. 북한강변에 위치한 자라섬이 캠핑지로 이름 난데는 이유가 있어 보인다. 총 면적 283,040㎡(약 85,619평)의 드넓은 부지에 깔끔하게 잘 갖춰진 시설은 기본. 4km에 이르는 수변산책로, 수상레저, 열기구 체험, 놀이시설, 철마다 피는 야생꽃밭과 체육시설, 자연생태테마파크 등 즐길 거리가 충분하기 때문이다. 2008년 가평세계캠핑캐라바닝대회 개최지로 수도권 최대, 최고의 시설을 자랑하니, 이 가을 아이와 첫 캠핑여행지로 손색없다. 말 그대로 명불허전. 문을 열고 자연으로 가보자.

자라섬 캠핑장 내 시설은 캐라반사이트, 오토캠핑장 등의 야영시설과, 숙박시설인 캐라반B(4인용), 캐라반A(6인용)로 나뉜다. 모두 취사장, 화장실, 샤워실, 세탁실 등 공공시설을 품고 있어 편리하다. 아이와 생애 첫 가족캠핑에 나섰다면 캠핑장비가 별도로 필요 없는 캐라반이 캠핑 맛보기로 좋겠다. 의자만 놓으면 쉴 곳이 마련되니 즐겁지 아니한가! 아이는 자라섬에서 날것의 즐거움을 찾는다. 캠핑카 문을 열면 바로 만나는 자연 속에서 말이다. 모든 시설은 예약제로 운영된다. 예약은(jaraisland.or.kr)를 통해 매월 10일 오후2시부터 다음 달 예약을 할 수 있다.

캐라반B는 4인 가족이 머물기에 충분한 시설을 갖췄다. 총 20대의 캐라반B 가운데 1-8번, 12-15번이 ‘신형’이니, 보다 여유로운 공간을 확보하고 싶다면 번호를 기억해두자! 내부에는 냉장고, 밥솥, 식기류 등이 있어 재료만 준비하면 얼마든지 요리할 수 있는 부엌과, 암막커튼으로 분리가능한 2층 침대와 퀸사이즈 침대가 놓인 침실이 기다린다. 3인용 소파와 TV, 식탁, 샤워시설을 갖춘 화장실까지 있다. 수건과 개인 세면도구, 먹거리 등은 미리 챙겨가야 한다.

캠핑장에서는 야외활동이 많으니 모기약과 모기기피제를 꼭 챙길 것! 캠핑장 안내소에 비상약이 구비되어 있다. 아이와 캐라반 이용 시 조금 더 주의를 기울일 사항은 2층 침대 낙상사고다. 가구 모서리와 미끄러운 화장실 바닥, 인덕션 사용 등에서 안전사고가 자주 일어나니 보호자의 세심함이 필요하다.

오후 2시 체크인을 마쳤다면 자라섬을 탐방할 차례. ‘서도’에는 캠핑시설, ‘중도’에는 각종 페스티벌과 공연장, ‘남도’에는 야생화산책로가 있다. 중도까지는 자동차 이동이 가능한데, 남도는 자박자박 걸어 들어가야 한다. 남도 둘레길은 도보로 약 1시간 정도 걸린다. 오는 10월 3일부터 6일까지 세계 정상 재즈 아티스트가 이곳 자라섬 전체에 놀라운 선율을 선보일 예정이다. 가을과 음악이 더해지니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다.

저녁에는 캠핑의 하이라이트, 야외 바비큐를 즐길 시간이다. 각 캐라반 별 야외테이블, 바비큐그릴은 구비되어 있고, 숯과 고기 굽는 1회용 석쇠(사이즈 53cm×41cm)는 개별 준비해야 한다.

고구마 꽃처럼 생긴 아이포메아가 핀 고향집 정원을 지나, 깨끗한 물이 흐르는 징검다리도 건너본다. 무궁화동산과 분재정원을 지나 아침광장에 이르면 절반쯤 온 셈. 천년된 향나무라 붙여진 이름인 천년향이 고고한 자태를 뽐낸다. 이곳 설립자 한상경 교수가 2000년도에 안동의 침몰된 마을에서 지금 자리로 옮겨왔다. 드넓은 잔디에서 바라보는 탁 트인 전망이 한 폭의 수채화 같다. 정원의 끝자락에 다다르면 한국의 연못정원인 ‘서화연’이 나타난다. 연못에 드리운 정자의 반영이 아름답고, 정자에 올라 가을바람을 맞이하면 다시 신발을 신고 싶지 않을 만큼 여유 낙낙하다. ‘J의 오두막정원’ 내 코티지 상점에선 10월까지 매주 금~일요일에 가드닝 및 만들기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9~10월에는 가평의 특산물인 잣을 까는 프로그램이 한시적으로 열리기도 하니 참고하자.

문득 정원에 핀 나무 이름이 궁금하다면 어플리케이션 <모야모(moyamo)> 설치를 추천한다. 꽃, 식물관련 질문을 올리면 거의 실시간으로 답을 얻을 수 있다. “이꽃은 이름이 뭐야?”라는 아이의 질문을 모른 채 넘어가지 않아도 좋고, 이름을 불러주고 나면 분명 더 친해진 느낌이 들 테다.

아침고요수목원은 전 구간 유모차 이동이 가능하지만, 곳곳에 힘을 써야하는 오르막길 구간이 있다. 수목원내 휴게 및 먹거리 공간은 ‘천년향’ 주변으로 한식당 푸드가든, 카페 굿모닝커피, 아침봄빵집, 매점 등이 있다. 달콤한 팥빙수 젤리 한 스푼 혹은 쫀득한 빵 한 조각으로 여유를 만끽해보자.

아침고요가족동물원은 알파카, 일본원숭이, 사막여우, 라쿤, 앵무새, 나귀 등 100여종 300여 마리의 동물이 터전으로 삼는 곳. 넓지 않지만 영유아의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한 규모다. 꽃사슴과 다마사슴이 제일 먼저 인사하고, 반시계 방향으로 큰원을 그리듯 이동하면 차례로 반달가슴곰, 말과 미니나귀, 포니, 도그빌리지를 만난다.

동물 먹이 바구니는 아이들 관람에 필수. 입장 시 구매하는 편이 좋다. 초식동물에게 주는 당근과 돼지, 곰, 원숭이의 간식인 건빵, 대형견을 위한 육포 등으로 구성된다. 케이지 앞에 어떤 동물이 무엇을 먹는지 안내되어 있어 구분이 편하다. 체험 가능한 동물이 제법 많으므로 먹이양 분배를 잘 할 수 있도록 도와주자.

하얀 지붕의 건물은 파충류․어류․소동물의 보금자리며, 앵무새 마을엔 새들이 자유로이 날아다닌다. 데크 전망대를 향해 오르면 대형 동물원에서 만날 법한 벵골호랑이, 사자, 반달가슴곰도 한자리 차지하고 있다. 드넓은 초원과 사파리에 더 어울리지만 눈앞에서 마주하니 친근하게 느껴진다. 동물원은 야트막한 언덕에 위치해 오르막이 있다. 유모차로 충분히 이동이 가능한 경사다. 주말은 파충류 설명회, 아기 양 ․ 염소 분유주기, 호랑이 먹이주기 관람 등 동물원 이벤트가 기다린다.

아침고요 수목원과 동물원으로 향하는 도로 양옆으로 카페, 펜션, 식당이 즐비하다. 아이와 함께라면 고즈넉한 한옥에서 한정식 한상차림이 어떨까. 생선과 불고기 등 아이 먹거리가 포함되어 함께 즐길 수 있다. 달큼한 막국수는 어른들의 입맛을 돋우는데 탁월한 선택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