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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여행 [국내여행 버킷리스트 3탄] 올 여름엔 제주도 자전거 여행이다!

등록 2019.08.19 수정 2019.08.22

"삶이 마감될 때까지 여행은 계속된다."는 좌우명을 가진 40대 후반의 세종(가명) 씨. 그는 여름 휴가지를 제주도로 정했다. 제주도가 처음은 아니다. 그럼에도 망설이지 않고 제주도를 선택한 건 새로운 여행을 할 수 있을 거란 기대 때문이다. 세종 씨의 마음을 사로잡은 건 '제주환상 자전거길'이라 불리는 해안일주도로다.
바다와 벗하며 달리는 제주환상 자전거길바다와 벗하며 달리는 제주환상 자전거길
제주환상 자전거길은 교통량이 적은 해안도로를 따라 제주도를 자전거 타고 한 바퀴를 도는 코스다. 2015년 11월 개통되었다. 세종 씨는 자전거 여행을 선택한 이유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이전의 경험의 비추어 볼 때 여행을 즐겁게 할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제주 올레를 걸을 때 자전거를 타고 여행하는 젊은 친구들을 심심찮게 봤어요. 그래서 나도 언젠가는 이런 여행을 하고 싶었고, 여행이 끝난 후에는 왠지 뿌듯한 마음이 들 것 같았어요."
비록 나이를 먹어 중년의 몸이 되었어도 마음은 늘 청춘이기에, 세종 씨는 제주도 자전거 여행에 도전하기로 했다.
자전거 여행은 제주도를 여행하는 새로운 도전이다자전거 여행은 제주도를 여행하는 새로운 도전이다
자전거 여행은 반시계 방향으로
세종 씨의 도전 코스는 용두암 인증센터에서 다락쉼터 인증센터까지 21km 구간이다. 제주환상 자전거길의 1코스다. 그의 선택에는 이유가 있다. 종주라는 거창한 계획을 한 번에 실행하면 좋겠지만, 그렇지 못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마음처럼 몸이 따라주지 못할 걸 알기에 여러 번 시도해야 한다는 걸 안다. 그러자면 1코스부터 순서대로 도전하는 게 좋다고 판단했다. 그는 해안을 따라 제주도를 반시계 방향으로 돌 계획이다. 그래야 바다를 곁에 두고 마주보며 달릴 수 있어서다.
친구와 바다가 곁에 있어 외롭지 않다친구와 바다가 곁에 있어 외롭지 않다
동행할 동료 2명을 확보한 세종 씨. 자전거에 폼 나게 몸을 싣는다. 힘들 거라는 생각은 전혀 하지 않는다. 걷는 것 보다 쉬워보였으니까. '올레도 걸었는데, 자전거쯤이야', '자전거를 탈 줄만 알면 누구나 할 수 있어. 절대 힘들지 않아' 라는 생각으로 힘차게 페달을 밟는다. 제주환상 자전거길은 완만한 평지에 조성돼 있고, 길 찾기도 쉬워 초보자도 어렵지 않게 도전할 수 있다는 블로거들의 조언도 세종 씨에는 큰 위안이 됐다.
시작은 별로였다. 길이 어려운 것 아니다. 시내 구간이라 그런지 의외로 차량이 많아서 불편하다. 승용차도 다니고, 관광버스도 다닌다. 언제, 어디서 차가 다가올지 여간 신경 쓰이는 게 아니다. 세종 씨의 신경은 온통 자동차에 쏠렸다. 어떤 구간은 인도와 차로가 자전거길과 겹쳐 있기도 하다. 자전거 타랴, 경치 감상하랴, 안전에 주의하랴. 정신이 하나도 없다. 유유자적한 자전거 여행을 꿈꾸던 세종 씨의 기대는 물거품이 되는 듯하다.
풍경을 즐기며 유유자적 달리는 길풍경을 즐기며 유유자적 달리는 길
하귀2리까지 안전에 신경 쓰며 달리니 재미가 있을 리 만무하다. 바다가 곁에 있어도 즐길 여유가 없다. 슬슬 짜증이 날 무렵, 세종 씨에게 반가움이 찾아든다. 하귀2리 봉천2교 건너서 우측의 애월해안로로 접어드니 바라던 라이딩이 시작된 것. 지나는 사람도, 차량도 거의 없다. 길도 평탄하다. 잠시 가문동길로 들어서니 바다가 곁에 바짝 다가온다. 그제야 잠시 자전거를 세워두고 바다를 감상할 여유도 생긴다. 하늘은 파랗고, 바다는 한없이 맑고 투명하다. 세종 씨는 '이게 제주도지, 자전거 타길 정말 잘했어' 하며 풍경을 즐긴다.
지나는 사람도, 차량도 거의 없는 라이더의 세상이다지나는 사람도, 차량도 거의 없는 라이더의 세상이다
1코스의 백미 애월읍 해안도로
애월읍 해안도로(약 10.7㎞) 구간은 바다를 붉게 물들이는 석양이 멋지기로 유명하다.
함께 해서 더욱 즐거운 자전거 여행함께 해서 더욱 즐거운 자전거 여행
그러나 구걸리~고내리 구간에는 언덕이 많아 제주환상 자전거길 중에선 가장 난코스로 꼽힌다. 그 사실을 알 리 없는 세종 씨는 마냥 행복하다. 앞으로 자신 앞에 펼쳐질 길이 계속 지금과 같을 거라는 생각에.
자전거전용도로가 있어 편리하다자전거전용도로가 있어 편리하다
다시 가문동길에서 애월해안로로 돌아와 달린다. 잘 포장된 도로에 자전거전용도로가 별도로 마련되어 있다. 바다도 곁에서 떨어지지 않는다. 맘껏 속도를 내도 좋은 길이건만. 세종 씨는 속도를 내지 않는다. 달리는 것에 집중해서 바다 풍경을 감상하는 걸 놓치기 싫어서다.
세상을 붉게 물들이는 석양세상을 붉게 물들이는 석양
잘 달리던 동료에게 시련이 닥쳐왔다. 오르막이 나타난 것이다. 다리에 힘을 주어 천천히 길을 오른다. 문제는 오르막이 하나가 아니라는 점이다. 하나를 넘고 나니 또 하나가 나타난다. 힘겹게 넘으면 또 오르막이 보인다. 쳐다보는 것만으로도 현기증이 나고, 한숨이 나온다.
'어떻게 하지. 갈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서서히 피어오른다. 아니나 다를까. 평지에서 쌩쌩 달리던 자전거가 오르막을 만나니 속도가 한없이 느려진다. 페달을 밟는 횟수가 적어지니 속도가 떨어지는 것은 당연지사. 숨은 턱까지 차오르고. 일행보다 뒤처지기 시작한다. 힘들 때마다 기아를 변속해도 속도는 나지 않는다. 힘들기는 마찬가지다.
함께 라이딩 하던 동료가 답답했던지 한 마디 던진다. "기어 변속의 핵심은 속도를 유지 하는 거예요. 언덕에서도 속도를 유지할 수 있도록 미리 변속해야 합니다."
평지에서 15km 속도로 달렸다면, 언덕 오르기 전에 속도를 유지할 수 있도록 미리 기어 변속하라는 의미다. 문제는 머리로는 이해를 하지만, 언제 기어 변속을 해야 하는지 당최 알 수가 없다. '그래서 언제 변속을 하라고?'
오르막은 언제나 힘들다오르막은 언제나 힘들다
세종 씨는 헉헉거리며 오르막을 달리면서 깨달았다. 자신이 자전거를 탈 줄 모르는 사람이었다는 것을. 제주도 자전거 일주가 결코 쉬운 게 아니라는 것을. 결국 내려서 자전거를 끌고 올라간다. 힘들 땐 잠시 걸으며 해안절벽 너머로 펼쳐진 바다 풍경을 느긋하게 감상하는 것도 여행의 즐거움이라 위로를 하면서.
자전거길은 자연이 우리에게 준 선물이다자전거길은 자연이 우리에게 준 선물이다
일행은 시야에서 사라진 지 오래다. '이 외로움, 무거움을 들고 어디까지 따라가야 하는 가.' 생각하며 자전거를 끌며 터벅터벅 걷는다. 이 와중에도 여름빛 받아 반짝이는 바다가 눈에 들어온다. 환상적인 바다 빛을 본다면 그 바다의 황홀한 빛깔은 영원히 머릿속에서 지워지지 않는다. 너무 황홀한 풍경에 문득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플라톤이 한 말이 생각난다.
"모든 사물은 자연 또는 인간의 기술에 의해 창조되는데, 가장 위대하고 아름다운 것은 자연에서 창조되며, 가장 보잘것없고 불완전한 것은 인간의 기술로 만들어진다."
힘들 땐 해안절벽 위에서 휴식을 취하자힘들 땐 해안절벽 위에서 휴식을 취하자
아직까지 제주도의 최대 볼거리는 자연이다. 비록 사람들이 자연의 아름다움에 인위적인 기교를 가하기는 했지만, 자연이 발하는 순수한 빛을 가리기에는 역부족일 정도로 그 빛이 매우 풍요롭다.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그 속에 세월의 무게를 담아 더욱 진중한 멋을 내는 자연. 세종 씨는 자연의 위대함에 감탄하며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한 해 한 해 이어서 하늘도 담고 구름도 담아서 산과 나무, 바람을 섞어서 그 모습 그대로 흘러가도록.
아름다운 바다와 함께 하는 길아름다운 바다와 함께 하는 길
다시 조심스레 페달을 밟는다. 얼어붙은 강 위를 걸어가듯 천천히 달린다. 혼자여서 외롭고, 힘들지만 마음은 흔들리지 않는다. 아무리 달려도, 끝없는 새벽길을 만나도 두렵지 않다. 그 길을 함께 하는 친구가 있기에. 제주의 바다는 나와 우리라는 이름으로 함께 한다. 그 시간은 언제, 어디서 만나도 빛나는 아침의 햇살 같다.
다람쉼터 인증센터 다람쉼터 인증센터
드디어 목적지인 다락쉼터 인증센터가 보인다. 일행은 먼저 도착해서 휴식 중이다. 목적지 도착한 세종 씨는 서둘러 증거를 남긴다. 인증수첩을 펼쳐 도장을 찍는다. 라이딩을 할 때 힘들었던 기억은 인증 도장을 찍으면서 저 멀리 사라진다. 해냈다는 성취감이 그 자리를 대신한다.
인증수첩에 도장을 찍어가며 자전거 일주를 한다인증수첩에 도장을 찍어가며 자전거 일주를 한다
비록 제주도 일주 구간의 한 구간을 달렸지만, 언젠가는 240km 완주를 계획하는 세종 씨. 그는 말한다. "자전거 여행은 도전이 아니다. 자연을, 시간을 즐기는 것"이라고. "자연의 부름에 응할 수 있어서 행복하다."고.
비록 짧은 시간, 짧은 거리를 경험한 자전거 여행이었지만, 그 추억은 언제나 가슴에 남아 있을 것이다. 그리고 잠깐 사이에 흘러가 버린 시간이 선물한 추억을 되새기며 다른 추억을 만들기 위해 여행길에 나설 것이다. 시간이 가면 언젠가는 제주도도 변할 테지만, 분명한 사실은 제주도는 변해도 여행자는 언제나 찾아올 거라는 점이다.
자전거 여행은 자연을 즐기는 여행이다자전거 여행은 자연을 즐기는 여행이다
<제주환상 자전거길>
인증센터를 중심으로 10개의 코스가 개발되어 있다. 길이는 240km다. 하루에 70~80km를 달리면 2박 3일 또는 3박 4일 일정이면 가능하다. 30km를 달려도 7~8일이면 된다. 실력이 없어도 크게 상관이 없으나, 욕심은 부리지 말아야 한다. 천천히 가도 정해진 일정에서 이동하는 것이 중요하다. 숙소는 동선에 맞춰 미리 선택한다.
<자전거 요령>
- 기본적인 안전장비는 필수. 헬멧, 장갑, 무릎․팔꿈치 보호대 등은 안전 라이딩을 위해 갖춰야 한다.
- 더위와 복사열, 햇빛 노출에 대비해 긴 팔 옷이나 고글, 선블럭 등을 준비한다.
- 타이어 펑크 등 간단한 고장 시 정비할 수 있는 수리 킷, 예비 튜브를 준비한다. 혼자 할 수 없다면 수리점 연락처를 확인해 둔다.
- 야간 주행 시 전조등과 테일 라이트 등은 필수
- 브레이크 좌우 방향 및 변속기 조작법을 숙지한다.
- 안장은 발끝이 땅에 닿는 높이가 적당하다.
- 장시간 자전거를 타야하므로 기능성 의류를 준비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글 : 오주환(여행 작가)
사진 : 조혜원(여행 작가)

※ 위 정보는 2019년 7월에 작성된 정보로, 이후 변경될 수 있으니 여행 하시기 전에 반드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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