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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여행 식민지 관문에서 복합문화공간으로, 문화역서울 284

등록 2019.07.07

스위스 루체른 역을 모델로 삼았다는 이 웅장한 벽돌 건물은 한때 식민지의 관문이었다. 일본은 이곳을 통해 만주뿐 아니라 모스크바와 베를린까지 연결시키려고 했다. 패전으로 일제의 야망은 사라졌으나 서울역은 여전히 한반도 교통의 중심이었다. 10여 년 전 새로운 역사가 건축되면서 옛 서울역사는 ‘문화역서울 284’라는 이름의 복합문화공간으로 다시 태어났다.

문화역서울 284로 변신한 옛 서울역사문화역서울 284로 변신한 옛 서울역사
도쿄역의 뒤를 잇는 ‘동양 제2역’
서울역을 모르는 대한민국 사람이 있을까? 성인이라면 붉은 벽돌 건물의 옛 서울역사에서 기차를 탔던 기억 하나쯤은 간직하고 있을 것이다. 지금은 열차와 관련된 기능을 새로운 역사에 양보하고 복합문화공간으로 자리잡았지만, 1925년 문을 연 옛 서울역사는 80년 가까이 서울의 관문이자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기차역이었다.
옛 서울역사옛 서울역사
웅장한 돔에 서양식 아치가 이국적인 옛 서울역사의 설계자는 도쿄역사를 설계한 다쓰노 긴고의 제자인 스카모토 야스시로 알려져 있다. 건축 당시 서울역사는 연면적 6,631㎡의 초대형 건물로 ‘동양 제1역’인 도쿄역의 뒤를 잇는 ‘동양 제2역’으로 자리매김했다. 이후 한국전쟁을 거치면서 많은 부분이 파괴되었으나, 2003년 새로운 서울역사가 건설될 때까지 옛 서울역사는 수많은 열차의 출발점이자 도착점이었다. 지금은 ‘문화역서울 284’라는 복합문화공간으로 관람객들을 맞고 있지만, 여전히 많은 이들에게 여행의 기억으로 남아 있다.
준공 당시의 서울역 전경 ©공유마당준공 당시의 서울역 전경 ©공유마당

하지만 서울역은 단순히 식민지 경성을 대표하는 기차역으로 지어진 것이 아니었다. 일제는 서울역을 일본과 조선, 만주를 잇는 ‘국제역’으로 기획했다. 도쿄에서 출발한 일본 국철이 시모노세키에 이른 후 부관연락선으로 갈아타 부산에 닿고, 다시 기차에 올라 서울역을 거쳐 만주와 시베리아, 더 나아가서는 모스크바와 베를린까지 연결하려는 구상이었다. 이에 따라 서울역을 건설한 주체는 남만주철도주식회사였다. ‘만철’이라는 약칭으로 불리던 이 회사는 마치 영국의 동인도회사처럼 식민지 경영을 위한 제국주의의 첨병이었다. 식민지 수탈을 위해 인도 전역에 철도를 깐 영국처럼, 일본도 만주의 식민 경영을 위해 철도를 중심 사업으로 채택한 것이다.

문화역서울 284 간판문화역서울 284 간판
일본과 만주, 유럽을 잇는 제국의 전초기지
일제가 서울역을 크고 화려하게 지은 것은 이렇듯 일본과 만주, 유럽을 잇는 제국의 전초기지로 생각했기 때문이다.
옛 서울역사 중앙홀옛 서울역사 중앙홀
애초에는 일본 도쿄역과 비슷한 규모로 세우려고 했으나, 관동대지진으로 심각한 피해가 발생하면서 규모도 줄이고 공사 기한도 늘어났다고 한다. 그래도 서울역은 식민지의 관문으로 손색이 없는 위용을 자랑했다.
귀빈실귀빈실
건축 당시 1층에는 매표소를 겸하는 중앙홀, 주로 조선인들이 사용했던 3등 대합실, 일본인들이 이용한 1, 2등 대합실과 부인대합실, 귀빈실, 역장실 등이 있었다. 3등 대합실은 남녀가 함께 이용했지만 1, 2등 승객은 부부라도 남녀를 구별해 여성은 부인대합실에 따로 머물러야 했다.
3등 대합실3등 대합실
2층에는 당시 최고의 서양식 레스토랑인 ‘서울역 그릴’이 자리잡고 있었다. 이상의 소설에도 등장하는 이곳은 모던보이와 모던걸의 집합소였다.
부인대합실부인대합실
새롭게 태어난 문화역서울 284
옛 서울역사가 원형 복원 공사를 마친 후 ‘문화역서울 284’라는 복합문화공간으로 다시 태어난 것은 2011년의 일이다. ‘문화역서울’이란 전시를 중심으로 다양한 문화행사가 열리는 공간임을 뜻하고, 284는 서울역의 사적 번호에서 따왔다. 전시회는 대부분 무료여서 시민 누구나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다.
한국철도 100주년 기념 동판한국철도 100주년 기념 동판
‘문화역서울 284’라는 간판을 달고 있는 현관 앞에는 한국철도 100년을 기념하는 동판이 자리잡고 있다. 동서남북으로 뻗어나가는 철도와 기차 아이콘들이 지난날 서울역이 담당했던 역할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동판 길 건너편으로는 드라마 <미생>에 등장해 관심을 끌었던 옛 대우빌딩이 보인다.
드라마 <미생>에 등장했던 옛 대우빌딩드라마 <미생>에 등장했던 옛 대우빌딩
육중한 정문을 열고 들어가면 12개의 돌기둥과 돔으로 구성된 중앙홀이 나온다. 천장의 스테인드글라스는 강강술래는 형상화한 작품이란다. 오른쪽의 넓은 3등 대합실에는 거대한 태엽시계를 중심으로 설치미술이 전시 중이고, 조선총독이 사용했다는 귀빈실은 서양식 벽난로와 샹들리에가 여전히 화려하다.
중앙홀 천장의 스테인드글라스중앙홀 천장의 스테인드글라스
서울역 그릴의 대식당이 있는 2층은 여러 개의 공간으로 나누어 다양한 전시를 열고 있다. 80년 된 근대 문화유적에서 보는 첨단 전시가 시공간을 뒤섞은 듯 묘한 울림을 준다.
1, 2등 대합실1, 2등 대합실
서울역에 폭탄이 터진 까닭
문화역서울 284는 RTO공연장으로 이어진다. 이곳은 원래 수하물도장과 지하층의 화물창고를 연결하는 목재 원형 계단이 있던 자리였다. 수하물도장이란 승객이 출발역에서 부친 짐을 도착역에서 찾아가는 곳을 말한다.
RTO공연장 입구RTO공연장 입구
그런데 해방 이후 미군 수송부대가 이곳을 사용하면서 RTO(Railroad Transportation Office, 철도수송사무소)로 불렀는데, 지금은 그 이름을 그대로 물려받은 공연장으로 쓰이고 있다. 미군이 변형시킨 내부 칸막이와 천장을 철거하면서 벽면과 바닥 등을 그대로 노출시켜 전쟁의 폐허 같은 느낌을 살리면서 다목적 공연장으로 이용 중이다.
RTO공연장 내부RTO공연장 내부
RTO공연장 앞에는 첨단 복합문화시설과 어울리지 않는 한복 두루마기를 입은 인물의 동상이 자리잡고 있다. 왼손은 머리 크기만 한 주먹을 불끈 쥐고, 오른손에는 수류탄 모양의 폭발물을 들고 있는 인물의 이름은 강우규. 일제강점기였던 1919년 9월 2일, 3.1운동의 여파로 새로 부임해온 일본인 조선총독 사이코 마코토를 죽이려고 서울역에 폭탄을 던진 독립운동가이다. 아직 서울역사가 지어지기 전의 일이었다. 하지만 아쉽게도 폭탄은 빗나갔고, 도피 중 붙잡힌 강우규 의사는 이듬해 서대문형무소에서 사형되고 만다. 일제강점기에 지어진 서울역사가 해방된 대한민국에서 문화역서울 284로 다시 태어날 수 있었던 배경에는 독립운동가의 피가 흐르고 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강우규 의사 동상강우규 의사 동상

여행정보

문화역서울 284
주변 음식점
  • 동대문닭한마리 : 닭곰탕 / 중구 세종대로 12 / 02-722-1005
  • 리북손만두 : 만두 / 중구 무교로 17-13 / 02-776-7350
  • 크라제버거 : 햄버거 / 중구 한강대로 416 서울스퀘어 지하 1층 / 02-6456-8950
숙소
  • 저스트스테이 : 중구 을지로40길 3 / 02-2271-2287
  • 호텔 대우인 : 중구 세종대로14길 22-2 / 02-755-8067
  • 토요코인 : 중구 퇴계로 337 / 02-2267-1045

글, 사진 : 구완회(여행작가)

※ 위 정보는 2015년 1월에 작성된 정보로, 이후 변경될 수 있으니 여행 하시기 전에 반드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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