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여행 뜨겁게 매운맛 함흥냉면
등록 2019.07.07
요즘 감자전분을 쓰는 함흥냉면집을 찾기 어렵다. 대부분 고구마전분이다. 정확히 언제부턴지 모르지만 감자전분 값이 뛰어서 고구마전분으로 바꿨단다. 그러니 '감자타령'하며 찾아다닐 건 아니란 생각이다.
함흥냉면의 육수는 묘하다. 국수를 말아먹는 용도가 아니다. 면 따로 육수 따로다. 프랑스 음식의 콘소메처럼 따로 먹는다. 아니 먹는 것도 아니고 컵에 담아 마신다.
웃기는 일인데 왜 그런지 이 사람 저 사람에게 취재를 해봤는데 답을 듣지 못했다. 그런데도 엄청 공들여 만든다. 각종 고기와 양념을 넣고 푹 곤 국물이다. 소금 간도 맞췄다. 온면을 말 때 기본 국물로 쓴다고는 하지만 역시 따로 마셔야 제맛이다.
자 이제부터는 함흥냉면을 더 맛있게 즐기는 법이다. 냉면이 나오기 전에 입맛을 돋우기 위해 뜨거운 육수부터 한 컵 마신다. 뱃속에 "곧 함흥냉면 들어갑니다"라는 신고식이다. 육수로 위를 감싸 매운 자극에 대한 방어망을 구축하는 행위이기도 하다. 냉면이 나오면 살짝 비빔양념장 맛을 본다. 그리곤 입맛에 맞춰 설탕, 겨자, 식초를 더해 비비면 폭풍흡입 젓가락질 준비 완료다.
웃기로 올라온 반쪽 달걀도 고민이다. '먼저'와 '나중'의 상반된 주장이 나돌고 있기 때문이다. 매운맛으로부터 속을 보호하려면 먼저, 매운맛을 달래려면 나중이란 얘기다. 달걀을 앞서 먹든, 중간에 먹든, 맨 꽁지에 먹든, 냉면에 담긴 달걀 반쪽을 먹다가 사고 났다는 기사는 본 적이 없다. 그러니 결론은 "맘대로 드시라"다. 어쨌든 달걀은 냉면 한 그릇으로 부족하기 쉬운 단백질 공급원이 된다.
오장동 함흥냉면
오장동의 다른 두 냉면집인 흥남집과 신창면옥에 비해 면이 조금 질긴 느낌이다. 전분의 함량이 높다는 것인데 씹는 맛을 즐기는 사람에게 좋다. 웃기로 달걀 반쪽이 올라가지 않는 점이 독특하다. 양념 맛은 전반적으로 자극적이고 직선적이라 식재료가 지닌 본연의 맛에 집중할 수 있다. 테이블 배치가 협소하고 종업원들의 응대가 떨어진다는 지적이 있다. 회냉면 11,000원. 서울 중구 마른내로 108. 02-2267-9500
1953년 문을 연 이래 환갑의 세월을 훌쩍 넘겼다. 고구마전분에 메밀가루를 더해 면발이 가늘지 않고, 소면처럼 약간 굵은 편이다. 회냉면 웃기로 올라간 간재미회무침에 설탕이랑 식초를 추가하면 달콤새콤한 맛이 더욱 풍부해진다. 수육 웃기가 올라간 비빔냉면을 놓고 메뉴 선택에 갈등을 겪는다면, 회와 수육이 함께 올라간 섞임 냉면이 정답. 각각 11,000원. 서울 중구 마른내로 114. 02-2266-0735
명동 함흥면옥
명동 한복판에서 함흥냉면의 맛을 지키고 있는 곳. 요즘은 실향민 고객보다는 남한식 함흥냉면의 본맛을 즐기려는 일본과 중국에서 온 관광객들이 주 고객이다. 쫄깃한 면발, 짭조름한 육수, 오도독 씹히는 간재미회의 삼박자가 척척 맞아떨어진다. 단맛과 신맛이 강해 너무 자극적인 맛이란 지적도 있다. 10000원. 서울 중구 명동10길 35-19. 02-776-8430
곰보냉면
함흥냉면 전문점 중 개인적으로 가장 즐겨 찾는 집. 이유는 단순하다. 고향이 함경도인 부모님을 따라 어릴 적 '냉면=곰보'란 등식이 성립될 정도로 인이 박이게 다녀서 그렇다. 생강과 마늘 맛이 강한 비빔양념 속에 버무려진 맵고, 달고, 신맛의 오묘한 조화에 매번 감탄한다. 육수가 맛있다고 홀짝홀짝 마시다보면 나트륨 과다 섭취가 될 수 있으므로 주의 요망. 9000원. 서울 종로구 창경궁로 109 세운스퀘어 401호. 02-2267-6922
출처 : 청사초롱
글 : 유지상(음식칼럼니스트), 사진 : 박은경 기자
※ 위 정보는 2019년 6월에 작성된 정보로, 이후 변경될 수 있으니 여행 하시기 전에 반드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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