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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여행 들리나요, 파주에 울리는 내일의 기적소리

등록 2018.06.12 수정 2018.06.14

1950년 6월, 거대한 폭격소리에 땅이 울렸다. 한강과 임진강, 공릉천, 문산천. 오가는 물길이 많아 ‘둑 위의 마을’이라 불리던 파주는 6·25전쟁에서 제방 역할을 맡았다. 그로부터 68년이 흐른 오늘, 독개다리의 아픔을 딛고 일어난 파주는 뮤지엄과 정원카페 등 행복을 담는 공간으로 사람들의 상처를 어루만지며 내일의 기적을 꿈꾼다.

강 건너까지 다리가 이어질 날을 기대한다.강 건너까지 다리가 이어질 날을 기대한다.

끊어진 다리 위에서 통일을 그려본다, 독개다리 스카이워크

1950년 12월 31일. 북에서 남으로 향하던 경의선 증기기관차는 1020여 발의 총탄을 맞고 장단역에서 멈췄다. 이후 비무장지대(DMZ)에 방치됐던 이 열차는 2006년에야 임진각으로 옮겨진다. 파주시 문산읍 운천리와 장단면 노상리를 잇는 옛 경의선 상행선 철도노선이던 독개다리도 폭격으로 파괴되었다. 휴전협정으로 국군 포로가 귀환할 수 있도록 일부를 복구한 1953년부터 1998년 통일대교가 개통되기 전까지 민통선 이북과 판문점을 잇는 유일한 통로이던 독개다리는 비극과 아픔의 상징물로 우리 민족의 마음속에 자리했다.

파주 독개다리에서 다시 기적이 울리기를파주 독개다리에서 다시 기적이 울리기를곳곳에 상처입고 갈 곳을 잃은 경의선 장단역 증기기관차(등록문화재 제78호) 임진각은 6·25전쟁에서 남한의 제방 역할을 했다.[왼쪽/오른쪽]곳곳에 상처입고 갈 곳을 잃은 경의선 장단역 증기기관차(등록문화재 제78호) / 임진각은 6·25전쟁에서 남한의 제방 역할을 했다.

칭칭 감아둔 상처는 곪는 법. 바람에 닿으며 꾸덕꾸덕 딱지가 앉고 희망의 마음이 모여 새살 돋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2016년 12월, 독개다리가 단장을 했다. 남아 있던 5개 교각을 활용해 길이 105m, 폭 5m 규모의 스카이워크 ‘내일의 기적소리’로 전쟁 이전의 철교를 재현한 것. 2층 구조에 과거와 현재, 미래 구간으로 구성됐으며 관람시간 내에는 누구나 제한 없이 민간인 출입통제선 안에 위치한 스카이워크에 머물 수 있다.
여행을 시작하듯, 경의선 증기기관차 객차를 재현한 과거 구간은 당시 상황을 담은 흑백사진을 보며 객실 의자에 앉아 그 긴박하고 치열한 장면을 상상할 수 있다. 모든 것이 폐허가 된 서울의 어느 기차역에서 빈 캔을 흔들며 먹을 것을 찾는 흑백사진 속 남매는 지금쯤 어디선가 환히 웃으며 컬러사진을 찍고 있을까.

시간여행을 시작하게 해주는 과거 구간시간여행을 시작하게 해주는 과거 구간기적 소리가 울릴 내일을 염원한다. 작은 묘목이던 뽕나무가 커질 때까지 수많은 소원을 써온 사람들[왼쪽/오른쪽]기적 소리가 울릴 내일을 염원한다. / 작은 묘목이던 뽕나무가 커질 때까지 수많은 소원을 써온 사람들

바깥으로 나가 철로에 발을 내디디면 나무 데크의 현재 구간이 나오는데, 바닥의 특수 유리를 통해 철교 아래를 관찰할 수 있다. 거기서 더 나아가면 철로의 끝인 미래 구간에 닿는다. 미래 구간의 끝인 스카이워크 2층에서 앞을 내다보면 교각에 6·25전쟁 중에 남겨진 총탄 자국을 알리는 붉은 표식과 그 너머로 북한의 모습이 보인다. 전날, 기온이 제법 오른 날임에도 밤새 소복이 쌓일 만큼 눈이 내렸다. 어른거리는 강 건너 풍경 속으로 경적을 울리는 기차 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온 가족의 추억여행, 한국근현대사박물관

독개다리를 보고 우리나라의 근현대사를 좀 더 깊게 알고 싶어 근현대사 박물관을 찾았다. 대한민국의 20세기 문화는 유난히 큰 변동을 겪었다. 일본이 통치권을 앗아간 1910년부터 40년대, 뼈아픈 6·25전쟁이 있던 1950년대. ‘잘 살아보자’는 일념 하나로 온 국민이 똘똘 뭉쳤던 1970~80년대까지. 오래도록 그 시절이 잊히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2005년에 30년 동안 모은 각종 시각유물자료 7만여 점을 헤이리마을로 옮겼다. 입구부터 과거의 냄새를 물씬 풍기는 한국근현대사박물관은 지하 1층, 지상 3층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층별로 각기 다른 시대의 한 마을을 통째로 재현한 한국 최초의 근현대사 테마 박물관이다.

한국근현대사박물관이 시간여행 초대장을 보냈다. 마을 전체를 그대로 옮겨놓은 듯한 풍물관[왼쪽/오른쪽]한국근현대사박물관이 시간여행 초대장을 보냈다. / 마을 전체를 그대로 옮겨놓은 듯한 풍물관밥 세 끼 먹는 게 소원이던 어려운 시절 가장 어렵게 공들여 모았다는 선거벽보들[왼쪽/오른쪽]밥 세 끼 먹는 게 소원이던 어려운 시절 / 가장 어렵게 공들여 모았다는 선거벽보들

“배가 고파서. 어제도 그 전날에도 배고픈 기억뿐이라, 세 끼 배부르게 먹는 게 유일한 소망이었단다.” 지하 1층 풍물관에서 1960년대 저잣거리를 걷던 할머니는 국밥집을 보며 손자에게 말을 건넨다. 매운탕 하나에 편육 한 접시, 설렁탕 두 그릇에 소주 두 병. 이것을 다 합해도 990원이던 그 시절. 배터지게 한 끼 먹이기 위해 밤늦게까지 일하고 집에 들어와 또다시 봉투를 붙이던 생각에 눈시울이 붉어진 할머니의 손을 손자가 꼬옥 잡는다.

누구나 하나쯤은 떠오르는 추억이 있다. 직접 손으로 전해줄 때만 느낄 수 있는 온기[왼쪽/오른쪽]누구나 하나쯤은 떠오르는 추억이 있다. / 직접 손으로 전해줄 때만 느낄 수 있는 온기힘들었던 시절도 지나가면 웃음 짓는 추억이 된다.힘들었던 시절도 지나가면 웃음 짓는 추억이 된다.

계단을 따라 변하는 시대에 할머니의 양장점, 엄마의 여고시절, 아빠의 교련복이 지난다. “어, 이거 저 학교 다닐 때 자주 먹던 건데요! 와, 반갑다.” 손자의 구멍가게 불량식품 앞에서 와르르 가족의 얼굴에 웃음꽃이 핀다. 한결 가벼워진 마음으로 근처의 93뮤지엄을 향해 발걸음을 옮긴다.

인물화와 트릭아트로 웃음꽃 활짝, 93뮤지엄

그림을 열망하던 청년은 첫 월급 3000원을 쪼개 그림 한 점을 구입했다. 당시 가장 저렴했던 장르는 인물화. 그렇게 15년이 지나자 그림이 제법 쌓였고, 국내에서 좀처럼 보기 힘든 귀한 작품도 여럿이었다. 1000여 점의 그림을 모아 파주에 터를 잡은 것이 93뮤지엄이다.

교과서에서 익힌 동학의 창시자 최제우 인물화교과서에서 익힌 동학의 창시자 최제우 인물화그때는 아이돌이었을 조선의 기생들 위안부 할머니들의 인물화[왼쪽/오른쪽]그때는 아이돌이었을 조선의 기생들 / 위안부 할머니들의 인물화

처음 수집을 시작했던 인물화는 ‘관상’이라는 주제로 3층에 전시되어 있는데 동학의 창시자 최제우를 비롯해 유명한 조선의 기생들 사진이 마치 복원된 듯 강렬한 색채로 맞이한다. 과거뿐만 아니라 현대의 정치가 등 유명인들의 인물화를 관람할 수 있고, 전두환 전 대통령의 환수 미술품도 일부 전시되어 있다.

사람을 만드는 것은 오직 시간뿐이다. 그림의 일부가 되는 신기한 트릭아트 각도에 따라 더욱 실감나게 표현할 수 있다.[왼쪽/가운데/오른쪽]사람을 만드는 것은 오직 시간뿐이다. / 그림의 일부가 되는 신기한 트릭아트 / 각도에 따라 더욱 실감나게 표현할 수 있다.

1층과 2층에는 트릭아트와 신기한 현대미술이 전시되어 눈으로 보고 직접 그림의 일부도 될 수 있다. 각도에 따라 다른 몸무게가 되는 메릴린 먼로나 옷을 입고 벗는 그림 앞을 오가며 흥미를 돋웠다면 이제 해저탐험방에 들어가 본격적으로 그림을 즐길 차례. 아슬아슬한 다리 위에서 까마득한 물속을 내려다보는 포즈를 취하며 서로 사진을 찍다 보면 시간 가는 줄 모른다. 주위에 해설사가 있다면 꼭 카메라를 건네볼 것. 수많은 경력으로 쌓인 노련한 각도에 더욱 실감나는 트릭아트를 즐길 수 있다.

잘생긴 나무 가득한 정원에서 커피 한 모금, 소울원

시대와 공간을 넘나들었던 여행을 마무리할 시간. 때때로 울컥 차올랐던 마음을 고즈넉한 정원카페에서 안정시키자. 차를 타고 10분 정도면 소울원에 도착한다. 식물이 주는 정화의 에너지가 전해져 ‘웃음이 넘치는 동산’이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20년간 모은 분재와 정원석, 정원수로 만든 소울원.

고즈넉한 풍경의 소울원 인공 폭포의 물살이 봄의 시작을 알린다.[왼쪽/오른쪽]고즈넉한 풍경의 소울원 / 인공 폭포의 물살이 봄의 시작을 알린다.

정원을 둘러보기 전, 현무암을 쌓아올린 돌탑을 돌며 투박한 위안에 마음을 내려놓는다. 아직은 쌀쌀한 날씨. 봄이 제 위치 찾는 일을 버거워하는 계절에도 온실 속 분재가 그 아쉬움을 달래준다. 날이 풀리면서 인공 폭포도 힘주어 물살을 내려보낸다.

초록이 완연한 따뜻한 온실 안 나무의 성실함이 과실을 만든다. 분재는 구부러질수록 멋지고 값지다.[왼쪽/가운데/오른쪽]초록이 완연한 따뜻한 온실 안 / 나무의 성실함이 과실을 만든다. / 분재는 구부러질수록 멋지고 값지다.

이곳의 정원수와 분재를 모두 합하면 2만 5000살에 이른다. 긴 시간 같은 자리에서 자신의 주위를 오가는 수많은 사람과 그들의 역사를 봐온 나무들. 온 마음을 휘젓고 다니는 고민을 잘게 쪼개 공작단풍 잎사귀 끝마다 걸어두고, 공허한 마음은 참나무 잎으로 채운다. 그렇게 자신을 찾는 마음속 사연을 들으며 나무는, 그 모든 눈물을 흡수하고 비밀을 품어 매해 새잎을 틔워낸다.

 

여행정보

독개다리 스카이워크
  • 주소 : 경기도 파주시 문산읍 마정리 1400-5 일원
  • 문의 : 031-956-8305
  • 이용시간 : 11월~2월 09:00~17:00, 3월~10월 09:00~18:00
  • 쉬는 날 : 월요일
  • 입장료 : 대인 2000원, 소인(12세 이하) 1000원
한국근현대사박물관
  • 주소 : 경기도 파주시 탄현면 헤이리마을길 59-85
  • 문의 : 031-957-1125, 0240
  • 이용시간 : 09:30~18:00
  • 쉬는 날 : 월요일(여름방학 기간 중 휴관 없음, 월요일이 국경일이거나 연휴 기간일 경우 정상 개관)
  • 입장료 : 성인 7000원, 소인 5000원, 국가유공자/군경/장애우/경로우대 5000원
93뮤지엄
  • 주소 : 경기도 파주시 탄현면 헤이리마을길 59-58 헤이리예술마을 G-31
  • 문의 : 031-948-6677
  • 이용시간 : 11월~2월 09:00~17:00, 3월~10월 09:00~18:00
  • 쉬는 날 : 월요일
  • 입장료 : 성인 8000원, 청소년 7000원(기간에 따라 변동 가능성 있음)
소울원
  • 주소 : 경기도 파주시 탄현면 축현리 299-3
  • 문의 : 031-945-4261
  • 이용시간 : 3월 09:30~18:30, 4~10월 09:30~19:00, 11월 10:00~17:30, 12월~2월 10:00~17:00
  • 쉬는 날 : 월요일
  • 입장료 : 성인 5000원, 청소년(만 8세~18세) 3000원
주변 음식점
  • 통일촌장단콩마을 : 장단콩정식 / 경기도 파주시 군내면 통일촌길 64 / 031-954-3443
  • 코지하우스 : 평양음식, 곤드레밥, 간장게장정식 / 경기도 파주시 탄현면 헤이리마을길 82-112 / 031-948-3440
  • 임진강폭포어장 : 송어회, 철갑상어회 / 경기도 파주시 파평면 청송로 550 / 031-959-2222
숙소
  • 한옥체험마을 살림채 : 경기도 파주시 소라지로 327번길 126-20 / 010-8747-9891(한국관광품질인증)
  • 노스탈자호텔 : 경기도 파주시 탄현면 성동로 34 / 031-949-9525(굿스테이)
  • 힐즈호텔 : 경기도 파주시 탄현면 성동로 20-41 / 031-945-9800

글 : 우예지(여행작가), 사진 : 방문수(사진작가)

※ 위 정보는 2018년 3월에 작성된 정보로, 이후 변경될 수 있으니 여행 하시기 전에 반드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 이 기사에 사용된 텍스트, 사진, 동영상 등의 정보는 한국관광공사가 저작권을 보유하고 있으므로 기사의 무단 사용을 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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