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동안 잊지 못할 추억을 남기려면 몸으로 직접 체험하는 게 최고! 아이와 친구처럼 가까워지는 경북 문경의 체험여행지를 소개합니다.

오감으로 느끼는 탄광의 추억, 문경석탄박물관

폐광된 은성광업소 자리에 들어선 문경석탄박물관은 탄광의 역사와 각종 자료를 살펴볼 수 있는 훌륭한 학습장이다. 건물 입구에 들어서면 탄광산업이 한창 왕성할 때 촬영한 사진들이 영화의 한 장면처럼 전시돼 있다. 계단을 따라 2층으로 오르면 연탄을 만드는 과정과 석탄산업의 역사를 한자리에서 확인할 수 있다. 3층은 탄광촌에서의 생활상을 엿볼 수 있는 공간으로 꾸며졌는데 전시물마다 광부의 애환이 고스란히 느껴져 사람들의 발길이 오래 머문다.

연탄 모양으로 지어진 문경석탄박물관 건물

3층에서 외부로 나가면 갱도체험관이다. 여기서는 18분간 거미열차를 타고 300여 m의 갱도를 달리며 석탄과 에너지에 관한 설명을 듣는다.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춘 내용이지만 어른들도 관심을 가져볼 만하다.
열차에서 내려 은성갱까지 둘러보고 나면 길은 탄광사택촌으로 이어진다. 1960~70년대 실제 광부들이 살았던 사택을 배경으로 정육점, 이발소, 선술집 등이 사실적으로 재현돼 있다. 각 세트장을 지날 때마다 현지 주민들이 직접 녹음한 대화가 들리는데, 쑥스러운 듯 어색한 말투가 순식간에 친근감을 갖게 한다.
석탄박물관 옆 가은오픈세트장도 볼만하다. ‘천추태후’ ‘연개소문’ 등의 드라마를 촬영한 곳이다. 고증을 바탕으로 복원한 고구려궁을 비롯해 평양성, 안시성, 요동성 등의 세트장이 있다. 석탄박물관 매표소에서 산 중턱 가은세트장까지는 모노레일이 운행된다. 도보도 가능하지만 경사가 만만치 않다.

[왼쪽/오른쪽]광부의 생활상을 엿볼 수 있는 3층 전시물 / 수동식 연탄제조기

[왼쪽/오른쪽]탄광사택촌 입구 / 탄광사택촌에는 실제 광부들이 살았던 사택을 배경으로 사실적으로 재현돼 있다

하루짜리 잉카마야 여행, 잉카마야박물관

문경에서도 지극히 한국적인 풍경을 간직한 마을에 중남미로 통하는 비밀 통로가 있다. 이름 하야 잉카마야박물관. 30여 년간 중남미에서 외교관을 지낸 김홍락 전 볼리비아 대사의 수집품이 2층 건물 가득 전시돼 있다.
박물관은 폐교된 옛 문양초등학교에 둥지를 틀었다.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맑게 흐르던 교실은 지난해 7월 잉카전시관, 마야전시관, 천사관 등으로 단장을 마치고 새롭게 태어났다. 삐걱삐걱 소리를 내는 낡은 나무 바닥을 걸으며, 인디언들이 조상신에게 바칠 때 사용하던 제기 ‘케루’와 야마 털로 짠 다양한 색상의 인디언 전통모자 ‘유추’, 티티카카 호수에서 원주민들이 사용하는 갈대배, 방패와 창을 든 모습의 천사 그림 등을 구경하는 재미가 색다르다.
박물관 뒤 건물에는 옛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허름한 교실이 남아 있다. 스티커 자국이 또렷한 창문과 낙서 가득한 흑색 칠판이 어릴 적 추억을 자극한다. 운동장은 오토캠핑장으로 거듭났다. 플라타너스가 심어진 가장자리를 따라 텐트 칠 수 있는 공간이 10곳 마련돼 있다. 박물관 주변으로 취사장과 화장실, 샤워장이 잘 관리되어 있으며, 전기 및 온수 사용도 가능하다. 캠핑장 이용 시 박물관 입장료는 30%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이국적인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잉카마야박물관 전시물

[왼쪽/오른쪽]폐교에 들어선 잉카마야박물관 / 잉카마야박물관 운동장은 캠핑장으로 변신했다

스트레스를 한방에 날리는 재미, 문경관광사격장

문경관광사격장은 클레이사격을 비롯해 권총·공기총 사격 시설을 모두 갖춘 통합사격장이다. 특히 우리나라에서 몇 안 되는 클레이사격장으로 인기가 좋으며, 일반초보자들도 쉽게 즐길 수 있도록 최신식 장비를 갖춘 것이 특징이다.
클레이사격은 지름 11cm의 접시 모양 표적을 쏘아 맞히는 레저 스포츠다. ‘아’ 소리에 맞춰 주황색 클레이접시가 날아가면 집중력을 발휘해 방아쇠를 당겨야 하는데, 목표물이 명중해 산산이 부서지는 순간 짜릿한 전율이 온몸을 감싼다.
클레이사격이나 권총사격은 엄두가 나지 않는다면 상대적으로 가볍게 즐길 수 있는 공기총에 눈을 돌리면 된다. 공기총은 초보자도 간단한 교육만 받으면 명중의 쾌감을 맛볼 수 있어 만족도가 높다.
사격장에는 귀마개, 보호안경 등 사격에 필요한 모든 것이 준비돼 있으므로 편한 복장으로 방문하면 된다. 단 만 14세 미만 어린이는 체험이 불가하다.

[왼쪽/오른쪽]관광사격장 클레이사격 / 공기총은 간단한 교육만 받으면 명중의 쾌감을 맛볼 수 있다

추억을 향해 페달을 밟아라, 문경철로자전거

문경철로자전거는 우리나라 최초의 레일바이크 시설이다. 현재 복선화 공사로 휴장 중인 진남역 구간을 더해 모두 다섯 코스로 이뤄졌다. 운행 구간은 구랑리역~먹뱅이(왕복 6.6km), 가은역~먹뱅이(왕복 6.4km), 문경역~마원(왕복 3.8km), 불정역~신기 방향 건널목(왕복 3.6km)으로, 모든 노선은 갔던 길을 되돌아오는 원점회귀 코스다. 완주하는 데는 보통 40~50분이 걸린다.
어떤 구간을 택해도 기찻길 옆 오막살이 같은 풍경이 기다리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빼어난 볼거리를 선사하는 노선은 구랑리역 구간이다. 구랑리 코스는 문경 시내를 경유해 낙동강에 합류하는 영강을 따라 이동하는데, 다리 두 개와 울창한 숲을 지나는가 하면, 마치 옛날 이야기를 듣는 듯 정겨운 시골 마을이 두 눈 가득 펼쳐져 한시도 시선을 뗄 수 없게 한다.
문경새재유스호스텔, 청소년수련관, 불정자연휴양림, 국민여가캠핑장 숙박자와 문경관광사격장 클레이·권총사격 체험자는 당일에 한해 매표 시 영수증(또는 티켓)을 제시하면 20%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왼쪽/오른쪽]문경철로자전거 출발지점 가운데 하나인 가은역 / 철로자전거를 즐기는 가족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