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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여행 안동의 달 밟는 밤, 영양의 별 헤는 밤

등록 2017.11.02 수정 2017.12.11

가을은 짧다. 가을밤은 더욱 짧다. 제대로 붙잡지 않으면 이 계절은 쏜살같이 지나가고 말리라. 밤늦도록 가을을 즐기고픈 여행자에게 경북 안동·청송·영양은 품을 활짝 열어놓는다. 안동 나이트 투어 '달그락'에서 달빛 받으며 풍류를 즐기고, 영양반딧불이천문대에서는 깜깜한 하늘을 메운 별과 함께 깊은 밤으로 빠져든다. 선선한 가을바람 맞으며 안동 임청각, 청송 주산지, 영양 두들마을 등 자연과 사람의 숨결이 빚은 여행지를 둘러보는 일도 즐겁다. 이 가을이 당신에게 묻는다. 달과 별이 보내는 신호를 받을 준비가 되었느냐고.

<여행 코스>

1일차 
11:00 안동소주·전통음식박물관(6.4km, 약 16분) → 13:00 임청각(3.4km, 약 6분) → 14:00 안동민속박물관 야외박물관(2.9km, 약 5분) → 15:00 안동반가(1.2km, 약 3분) → 17:00 온뜨레피움(5.3km, 약 12분) → 17:50 안동 나이트 투어 '달그락'

2일차
11:00 청송 주산지(9.7km, 약 16분) → 12:30 주왕산(39.9km, 약 55분) → 15:00 영양 서석지(3.7km, 약 5분) → 16:00 영양분재야생화테마파크(37.9km, 약 52분) → 20:00 영양반딧불이천문대

3일차
10:00 두들마을(0.05km, 도보 약 3분) → 11:00 음식디미방교육관

<1일차>

안동소주의 순수한 곡향(穀香)에 취하다, 안동소주·전통음식박물관

'전통 소주' 하면 안동소주를 빼놓을 수 없다. 쌀누룩과 밀 누룩을 6:4 혹은 7:3 비율로 넣어 제조하는 안동소주에는 밀의 향과 쌀의 맛이 감돈다. 안동소주에 대해 공부할 수 있는 곳이 안동소주·전통음식박물관이다. 전시실은 안동소주전시실과 전통음식전시실로 나뉜다. 안동소주전시실에는 시대별 술병, 안동소주 제조 시연장, 시음장이 있다. 전통음식전시실에서는 회갑상과 제사상, 주안상 등에 오르는 전통 음식 모형, 1999년 안동을 방문한 영국의 엘리자베스 여왕 생일상을 볼 수 있다. 
안동소주전시실 내 제조 시연장은 술을 만드는 데 필요한 도구부터 누룩 만들기, 고두밥 만들기, 전술 붓기, 소주 증류하기 등 제작 과정이 일목요연하게 정리되었다. 안동소주는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세상에서 전통의 끈을 놓지 않는다.

주소 경북 안동시 강남로 71-1 
문의 054-858-4541 
홈페이지 안동소주박물관 www.andongsoju.net 
이용 시간 09:00~17:00 
휴무 연중무휴 
입장료 무료

안동소주 제조 시연장에는 양조에 필요한 도구가 전시된다. 씻어 말린 밀과 물을 혼합해 누룩을 만든다.[왼쪽/오른쪽]안동소주 제조 시연장에는 양조에 필요한 도구가 전시된다. / 씻어 말린 밀과 물을 혼합해 누룩을 만든다.전통 음식 모형을 전시한 전통음식전시실 내부 맛깔스러운 음식상에 안동소주가 빠질 수 없다. 주안상에 올라간 안동소주[왼쪽/가운데/오른쪽]전통 음식 모형을 전시한 전통음식전시실 내부 / 맛깔스러운 음식상에 안동소주가 빠질 수 없다. / 주안상에 올라간 안동소주

독립운동의 정기가 서린 저택, 임청각

안동 임청각(보물 182호)은 대한민국 임시정부 초대 국무령을 지낸 석주 이상룡의 생가이자, 독립운동가 9인을 배출한 저택이다. 가로로 긴 터에 안채, 중채, 사당은 물론 별당인 군자정과 작은 못까지 있는 반가 주택이다. 각 건물에 얽힌 사연을 알수록 공간의 면면이 묵직한 울림을 준다. 일례로 사당에 신위가 없다. 선생이 독립운동을 위해 고국을 떠날 때 "나라를 되찾지 못하면 가문도 의미가 없다"고 조상의 신주를 땅에 묻었기 때문이다. 수많은 독립 열사가 묵어간 군자정 벽면에는 독립운동가 9인의 사진과 표창장, 훈장이 빼곡하다. 건물 밖에도 눈여겨볼 곳이 있다. 군자정 옆 연못과 사당 사이의 기단이다. 영남산 기슭의 경사면에 기단을 계단식으로 쌓았는데, 비탈진 산과 직선 기단이 멋스럽게 어우러진다.
일제에 임청각 일제는 가문의 정기를 말살하겠다며 임청각 마당을 가로질러 중앙선 철도를 놓았고, 그 바람에 99칸 건물 중 현재 60여 칸이 남았다.

주소 경북 안동시 임청각길 63 
문의 054-859-0025 
홈페이지 임청각 www.imcheonggak.com 
이용 시간 09:30~18:00 
휴무 연중무휴 
입장료 무료

보물 182호로 지정된 안동 임청각의 입구 별당형 정자인 군자정 외관 군자정 벽에 임청각 출신 독립운동가들의 사진과 훈장이 있다.[왼쪽/가운데/오른쪽]보물 182호로 지정된 안동 임청각의 입구 / 별당형 정자인 군자정 외관 / 군자정 벽에 임청각 출신 독립운동가들의 사진과 훈장이 있다.산비탈과 어우러진 계단식 기단 임청각 앞을 지나는 중앙선 철도는 2020년까지 이전될 예정이다.[왼쪽/오른쪽]산비탈과 어우러진 계단식 기단 / 임청각 앞을 지나는 중앙선 철도는 2020년까지 이전될 예정이다.

소박한 초가 마을, 안동민속박물관 야외박물관

안동민속박물관 야외박물관에는 안동댐 조성으로 수몰될 위기에 있던 전통 가옥이 한자리에 모였다. 안동시는 옛 안동의 객사 건물인 선성현 객사, 얼음 보관 창고인 석빙고, 조선 시대 건축양식을 그대로 간직한 옛집을 이곳으로 옮겨놓았다. 
야외박물관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건 초가지붕을 인 민가다. 안동댐 건설로 이전된 집이 대부분인데 돌담집, 통나무집, 까치구멍집 등 저마다 특색이 있어 살펴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특히 박분섭 까치구멍집의 모양새가 재미있다. 까치구멍집은 안방, 대청, 외양간, 부엌, 창고 등 생활공간이 한 건물에 집약되었다. 그러다 보니 집 내부에 고이는 악취와 연기를 배출하기 위해 지붕 양쪽에 까치집 같은 구멍을 뚫었다. 지붕에 고추를 말리거나 이엉을 얹을지언정 구멍을 뚫는다는 생각은 좀처럼 하기 힘들었을 텐데, 조상의 발상이 슬기롭다. 통나무를 우물 정()자 모양으로 쌓아 올린 뒤 사이를 진흙으로 막은 통나무집도 소탈하지만 독특하다.

주소 경북 안동시 민속촌길 13 
문의 054-821-0649 
홈페이지 안동민속박물관 야외박물관 www.andong.go.kr/fm/main.do 
이용 시간 상시 
휴무 연중무휴 
입장료 무료

야외박물관 초입의 단풍나무 언덕 중턱에 이르면 초가와 기와집, 낙동강이 한눈에 들어온다.[왼쪽/오른쪽]야외박물관 초입의 단풍나무 / 언덕 중턱에 이르면 초가와 기와집, 낙동강이 한눈에 들어온다.이춘백 초가 앞에 핀 해바라기 지붕에 까치집 같은 구멍을 뚫은 박분섭 까치구멍집 통나무 사이를 진흙으로 막은 통나무집[왼쪽/가운데/오른쪽]이춘백 초가 앞에 핀 해바라기 / 지붕에 까치집 같은 구멍을 뚫은 박분섭 까치구멍집 / 통나무 사이를 진흙으로 막은 통나무집

전통? 무겁지 않아요, 안동반가

안동반가에서는 고추장 만들기, 한복 입기, 셀프 웨딩 등 다양한 체험을 제공한다. 고추장 만들기 체험은 고즈넉한 고택에서 고추장에 대해 배우고 직접 담가보는 시간이다. 선생님 설명을 들으며 고춧가루와 메줏가루, 조청, 식혜, 천일염 등 각종 재료를 잘 섞은 뒤 통에 담으면 완성이다. 섞을 때 한 방향으로 천천히 돌리면 맛이 더 깊어진다고. 만드는 시간은 30분이지만, 고추장이 숙성되기까지 최소 3개월이 걸린다. 시간이 지날수록 감칠맛이 난다니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려볼 일이다.
안동반가의 한복 체험은 의미가 좀 더 깊다. 단순히 한복을 입는 데 그치지 않고 옷고름 매는 법, 절하는 법을 상세히 알려준다. 안동반가는 한복을 예쁘게 입는 것만큼 '제대로' 입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색 고운 치맛자락 붙잡고 사뿐히 걸으며 기념사진을 찍다 보면 전통에서 새로운 재미를 발견한다.

주소 경북 안동시 민속촌길 190 
문의 054-821-5222 
이용 시간 10:00~18:00(예약제) 
휴무 연중무휴 
체험료 고추장 만들기 1만 2000원~2만 5000원, 일반 한복 2만 원, 디자이너 한복 10만 원

준비된 재료를 한데 섞어 고추장을 만든다. 완성된 고추장을 통에 담는다.[왼쪽/오른쪽]준비된 재료를 한데 섞어 고추장을 만든다. / 완성된 고추장을 통에 담는다.한복 입기 체험에서 옷고름 매는 법을 배운다. 큰절하는 법을 배운다. 한복 입고 나선 산책길[왼쪽/가운데/오른쪽]한복 입기 체험에서 옷고름 매는 법을 배운다. / 큰절하는 법을 배운다. / 한복 입고 나선 산책길

핑크뮬리 흩날리는 가을 공원, 온뜨레피움

안동문화관광단지에 꽃동산이 있다. 파머스랜드, 허브파크, 열대온실 등을 갖춘 테마 공원 온뜨레피움이다. 온뜨레피움은 '온 뜰에 꽃을 피운다'는 순우리말이다. 공원에서 가장 눈에 띄는 건 분홍색 솜사탕을 흩뿌린 듯한 핑크뮬리다. 핑크빛을 띄는 서양 억새의 일종으로, 9월 말에서 11월 초까지 절정을 이룬다. 분홍 이삭이 바람에 흩날리는 모습에 너도나도 셔터를 누르기 바쁘다. 가을 여행 주간에는 핑크뮬리 외에도 구절초, 국화, 단풍나무 등을 볼 수 있다. 
계절별로 다양한 허브가 자라는 허브파크는 색색의 바람개비와 풍차가 있어 최고의 포토 존으로 꼽힌다. 열대온실에는 초록빛 선인장, 다육식물, 관엽식물 등 260여 종, 1만 3800여 그루가 식재되었다. 알로에, 아가베, 산세비에리아처럼 비교적 친숙한 열대식물부터 줄기가 나선형으로 자라는 판다누스같이 특이한 식물, 올해 인스타그램을 점령한 몬스테라까지 남국의 초록빛에 지나간 여름이 돌아온 듯하다. 그밖에 울퉁불퉁한 바위틈에서 엄지손가락만 한 식물이 자라는 바위정원, 천연 이끼를 활용한 토피어리정원, 분수광장 등이 갖춰졌다.

주소 경북 안동시 관광단지로 346-95 
문의 054-822-1868 
홈페이지 온뜨레피움 www.ontrepieum.co.kr 
이용 시간 10:00~18:00(계절별 탄력 운영) 
휴무 월요일 
입장료 어른·청소년 2000원, 어린이 1500원

9월 말부터 11월 초에 피는 핑크빛 억새, 핑크뮬리 색색의 바람개비가 돌아가는 허브파크[왼쪽/오른쪽]9월 말부터 11월 초에 피는 핑크빛 억새, 핑크뮬리 / 색색의 바람개비가 돌아가는 허브파크핑크뮬리가 핀 풍차 앞은 인기 포토 존이다. 아기자기한 다육식물이 있는 열대온실 열대온실 내 벽천폭포[왼쪽/가운데/오른쪽]핑크뮬리가 핀 풍차 앞은 인기 포토 존이다. / 아기자기한 다육식물이 있는 열대온실 / 열대온실 내 벽천폭포

달빛이 달그락거리는 소리를 듣는 밤, 안동 나이트 투어 '달그락'

안동의 밤을 가장 아름답게 즐기려면? 방법은 간단하다. 안동시가 운영하는 나이트 투어 프로그램 '달그락'에 참가하면 된다. 달그락은 3시간 남짓 안동 명소를 방문하는 프로그램이다. 지난 6월부터 가을 여행 주간 첫날인 10월 21일까지 진행된다. 오후 5시 50분에 안동역을 출발해 찜닭골목에서 저녁을 먹고, 달그락음악회에서 음악을 감상하고, 월영교를 걸은 뒤 9시 15분경 안동역으로 돌아오는 코스. 안동 대표 음식인 안동찜닭을 맛볼 수 있도록 '먹방' 여행을 결합한 점이 매력적이다.
달그락은 달빛, 그리움, 즐거움()의 합성어로, 세 가지를 한꺼번에 누릴 수 있도록 프로그램이 구성된다. 안동찜닭을 먹으며 입을 즐겁게 하고, 달그락음악회에서 달빛 아래 음악을 들으며 가을밤 낭만을 만끽한다. 음악분수에서 나오는 무지갯빛 조명은 달빛의 아름다움을 배가한다. 국내에서 가장 긴 나무다리이자 안동의 제일가는 야경 명소, 월영교에는 그리움과 관련한 이야기가 전해진다. 조선 중기, 먼저 세상을 떠난 남편을 위해 자신의 머리카락으로 미투리를 만들었다는 원이 엄마. 그 절절한 사랑을 기억하고자 월영교는 미투리 모양으로 만들었다. 
'달그락' 투어에 참가하지 못했다고 해서 크게 아쉬워하지 않아도 된다. 달그락음악회를 볼 수는 없어도, 월영교를 걷는 것은 가능하다. 안동호 물결에 아른거리는 달빛을 벗 삼아 월영교를 걸으면 운치 있는 밤을 보낼 수 있다.

주소 경북 안동시 경동로 684 
문의 054-858-1894 
홈페이지 달그락 www.dalgeurak.kr
이용 시간 10월 21일 17:50~21:15 
입장료 5000원

색색의 조명이 아름다운 음악분수 음악분수 달그락음악회를 감상하는 사람들[왼쪽,가운데/오른쪽]색색의 조명이 아름다운 음악분수 / 달그락음악회를 감상하는 사람들 (사진 제공 : 두루협동조합)야경이 아름다운 월영교 월영교야경이 아름다운 월영교

<2일차>

물에 빠진 나무에 마음도 빠져들다, 주산지

어떤 풍경은 보는 것만으로 위로가 된다. 주산지도 그렇다. 주산지는 농업용수를 모아두기 위한 인공 저수지로 1721년에 완공되었다. 길이 200m, 수심 8m로 자그마하지만 300년 가까이 극심한 가뭄이 닥쳐도 바닥을 드러낸 적이 없다. 저수지 바닥의 비용결 응회암과 퇴적암 층이 스펀지처럼 물을 머금었다가 조금씩 흘려보내기 때문이다. 300년간 인근 농민에게 생명의 물줄기를 대준 저수지는 오늘날에도 농지 13.7ha에 물을 공급한다.
"엄마, 나무가 물에 빠진 것 같아." 아이의 말마따나 주산지에서는 왕버들 20여 그루가 물에 잠겨 자생한다. 이곳 왕버들은 물속에서도 호흡하기 위해 호흡근을 발달시켰다. 왕버들 고목이 물에 깊이 뿌리 내린 모습은 몽환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그뿐인가. 산자락을 그대로 담은 저수지가 온유하게 물결치는 모습은 한 폭의 산수화다. 왕버들의 아름다움은 새벽녘과 이른 아침에 더욱 빛을 발한다. 물안개에 가려졌다 드러나기를 반복하는 신비로운 자태에 절로 탄성이 나올 것이다.

주소 경북 청송군 부동면 주산지길 163 
문의 054-870-5300(주왕산국립공원사무소) 
이용 시간 상시 
휴무 연중무휴 
입장료 무료

주산지에 뿌리 내린 왕버들 고즈넉한 가을은 주산지를 방문하기 좋은 시기다. 주산지 풍광을 감상할 수 있는 전망대[왼쪽/가운데/오른쪽]주산지에 뿌리 내린 왕버들 / 고즈넉한 가을은 주산지를 방문하기 좋은 시기다. / 주산지 풍광을 감상할 수 있는 전망대신비로운 분위기를 자아내는 왕버들 왕버들신비로운 분위기를 자아내는 왕버들

단풍잎 내려앉은 기암괴석과 폭포, 주왕산

짙어지는 가을 단풍을 보려면 산만한 곳이 없다. 주왕산(721m)은 설악산, 월출산과 더불어 우리나라 3대 바위산이다. 주왕산 탐방 코스는 크게 8개. 짧은 시간에 산의 절경을 압축해서 보려면 대전사를 지나 용추폭포까지 걷는 코스를 추천한다. 왕복 2시간이면 충분하다.
등산로 입구의 대전사는 약 1300년 전 신라 문무왕 때 창건한 절이다. 경내에 들어서면 중심 전각인 보광전 뒤로 병풍처럼 치솟은 기암 단애가 위용을 뽐낸다. 대전사를 지나면 호젓한 숲길이 나타난다. 기암괴석을 원경에, 계곡을 근경에 두고 걷는 길이다. 기암 단애, 급수대 주상절리, 시루봉 같은 봉우리를 올려다보느라 고개가 자꾸 하늘로 향한다. 주왕산은 다양한 지질 유산의 가치를 인정받아 2017년 5월, 청송유네스코세계지질공원으로 등재되었다.
멀리서 물이 떨어지는 소리가 들리면 용추폭포에 다다랐다는 의미다. 폭포라면 쏟아지는 물줄기로 달려가는 게 우선이건만, 용추폭포는 이야기가 좀 다르다. 두 기암괴석이 맞닿은 협곡 입구가 시선을 사로잡는다. 다른 시공간으로 넘어가듯 조심스레 협곡으로 들어서면 주왕산 제1폭포, 용추폭포를 마주한다. 암벽으로 둘러싸여 소리가 더 우렁차다. 단풍이 절정인 10월 말에서 11월 초는 주왕산을 방문하기 가장 좋은 시기다. 붉은 단풍과 회색 기암괴석이 어우러져 장관이다.

주소 경북 청송군 부동면 공원길 169-7 
문의 054-870-5300 
홈페이지 주왕산 juwang.knps.or.kr 
이용 시간 일출~일몰 
휴무 연중무휴 
입장료 어른 2800원, 청소년 1000원

대전사 경내에서 보이는 기암 단애 대전사 왼쪽으로 나가면 주왕산 등산로로 이어진다.[왼쪽/오른쪽]대전사 경내에서 보이는 기암 단애 / 대전사 왼쪽으로 나가면 주왕산 등산로로 이어진다.어린이도 걸을 만큼 완만한 등산로 떡을 찌는 시루와 닮은 시루봉 두 기암괴석이 맞닿은 용추폭포 입구[왼쪽/가운데/오른쪽]어린이도 걸을 만큼 완만한 등산로 / 떡을 찌는 시루와 닮은 시루봉 / 두 기암괴석이 맞닿은 용추폭포 입구

상서로운 돌이 잠긴 정원, 서석지

주왕산의 거대한 기암괴석을 봤다면 고아한 정원에서 잠시 쉬었다 가자. 조선 시대 3대 민가 정원 중 하나로 꼽히는 영양 서석지(국가민속문화재 108호)는 조선 중기 정영방 선생이 조성한 정원이다. 
연못을 중심으로 북쪽에는 서재로 사용한 주일재, 서쪽에는 학문을 논하고 제자를 가르친 경정이 있다. 경정에서는 못과 수령 400년이 넘는 은행나무를 보며 그윽한 정취를 느낄 수 있고, 주일재에서는 못과 어우러진 경정을 감상할 수 있다. 마루 결, 노랗게 물든 은행나무, 흰빛이 감도는 서석 위로 가을 햇살이 내려앉은 풍경은 아무리 봐도 질리지 않는다.
서석지의 구조는 연못을 중심으로 이해해야 한다. 연못 동북쪽에 물이 들어오는 곳을 읍청거, 서남쪽으로 물이 나가는 곳을 토예거라고 하는데, 읍청거 쪽에 큰 돌 60여 개가 있다. 선생은 돌에 각각 이름을 붙여 풍류를 즐겼다고 한다.

주소 경북 영양군 입암면 서석지1길 10 
문의 054-680-6442 
이용 시간 상시 
휴무 연중무휴 
입장료 무료

글자 요 처럼 생긴 연못 커다란 서석이 가득한 못[왼쪽/오른쪽]'요(凹) 자형' 못 / 커다란 서석이 가득한 못주일재에서 바라본 서석지 경정에서 바라본 서석지 경정 들창으로 보이는 풍경[왼쪽/가운데/오른쪽]주일재에서 바라본 서석지 / 경정에서 바라본 서석지 / 경정 들창으로 보이는 풍경

소인국에 간다면 나무는 이런 모습일까, 영양분재야생화테마파크

"산속의 석자나무 풍상 겪은 그 모습 / 화분에 옮겼더니 또 한 번 기특하네." 고려 말 재상 전녹생은 《영분송》에서 분재의 정취를 노래했다. 분재는 나무를 화분에 심어 줄기나 가지를 보기 좋게 가꾼 것을 말한다. 영양분재야생화테마파크는 분재 200여 점, 야생화 150여 종, 수석 50여 점을 전시한다. 유리온실 중앙에는 연못이 있어 고서에 나오는 정원에 들어선 듯하다. 전시관 양옆에 늘어선 분재는 자그마하지만 강인한 생명력이 느껴진다. 소나무, 향나무, 노간주나무, 느릅나무 등 다양한 분재가 있는데, 모두 수령이 50~250년에 이른다.
줄기의 색과 굵기, 휜 방향 등이 제각각이라 옆 작품과 비교하는 재미, 가장 마음에 드는 분재를 찾는 재미가 쏠쏠하다. 예를 들어 수령 250년 된 향나무 줄기는 단아한 크림색이고, 수령 80년 된 수달래 줄기는 꽈배기 여러 개가 뒤엉킨 듯하다. 2층에 오르면 테이블과 나무 벤치가 있어 전시관을 가득 채운 녹음을 벗 삼아 쉬기 좋다.

주소 경북 영양군 입암면 영양로 883-16 
문의 054-680-5371 
이용 시간 하절기 09:30~18:00, 동절기 09:30~17:00 
휴무 월요일, 1월 1일, 명절 연휴 
입장료 어른 2000원, 청소년 1000원 
할인 정보 입장료 50%(어른 2000→1000원, 청소년 1000→500원) 할인(중복 할인 불가)

영양분재야생화테마파크 외관 분재 약 200여 점이 있는 전시실[왼쪽/오른쪽]영양분재야생화테마파크 외관 / 분재 약 200여 점이 있는 전시실뿌리와 줄기, 잎의 모양이 각기 다른 분재 향나무 뿌리가 꼬인 모습이 아름답다. 2층에서 내려다본 전시실[왼쪽/가운데/오른쪽]뿌리와 줄기, 잎의 모양이 각기 다른 분재 / 향나무 뿌리가 꼬인 모습이 아름답다. / 2층에서 내려다본 전시실

별과 달을 머리에 인 밤, 영양반딧불이천문대

밤 같은 밤, 별다운 별을 보고 싶다면 영양반딧불이천문대로 향해야 한다. '육지 속의 섬'이라 불리는 깊은 산골, 영양에서도 굽이굽이 산길을 40여 분 달려야 닿는 천문대다. 그뿐 아니다. 천문대가 있는 수하리 일대는 국제밤하늘협회(IDA)가 지정한 국제밤하늘보호공원이다. 별빛이 밝은 공원을 선정해 생태계를 보호하자는 취지다. 전 세계 30여 개 국제밤하늘보호공원이 있는데, 2년 전 아시아 최초로 영양반딧불이천문대가 지정됐다. 이곳 별빛이 유달리 밝은 까닭이다. 천문대는 실내전시실, 천체투영실, 주관측실, 보조관측실로 나뉜다. 1층 실내전시실의 우주 체중계에 서면 행성마다 달라지는 자신의 몸무게를 알려준다. 예를 들어 지구에서 44kg인 사람이 태양에서는 1232kg이다. 지구 중력을 1이라고 할 때 태양의 표면 중력은 28배에 달하기 때문.
어둠이 짙어지니 밤하늘에 무수히 많은 별이 떠오른다. 그야말로 별천지다. 도심에서 잃어버린 별들이 여기에 다 있었구나, 반가운 마음에 별 무리를 연신 올려다본다. 오후 7시 30분부터 10시까지 진행되는 야간 천체관측 시간에는 해설사가 가을철 별자리와 행성 이야기를 들려주고, 망원경으로 달과 행성, 은하, 성운을 관측할 수 있다. "시속 100km로 운전한다고 할 때 170년 뒤면 달에 갈 수 있어요. 3대가 내리 운전만 하면 돼요." 해설사의 맛깔스러운 설명은 덤이다. 가을철 대표 별자리 페가수스, 밤하늘을 가로지르는 은하수 등 별과 달을 머리에 이고 고개를 이리저리 젖히느라 가을밤이 깊어가는 줄도 모른다.

주소 경북 영양군 수비면 반딧불이로 129 
문의 054-680-5331~3 
홈페이지 영양반딧불이천문대 np.yyg.go.kr 
이용 시간 주간 14:00~18:00, 야간 19:30~22:00 
휴무 월요일, 1월 1일, 명절 당일, 공휴일 다음 날 
입장료 주간 어른 2000원, 청소년 1000원 / 야간 어른 3000원, 청소년 2000원 
할인 정보 주간 50%(어른 2000→1000원, 청소년 1000→500원), 야간 1000원(어른 3000→2000원, 청소년 2000→1000원) 할인(중복 할인 불가)

밤이 깊어질수록 빛나는 별 궤적을 남기며 이동하는 별[왼쪽/오른쪽]밤이 깊어질수록 빛나는 별 / 궤적을 남기며 이동하는 별우주 체중계는 각 행성에서 달라지는 몸무게를 알려준다. 영양반딧불이천문대 외관 실내전시실[왼쪽/가운데/오른쪽]우주 체중계는 각 행성에서 달라지는 몸무게를 알려준다. / 영양반딧불이천문대 외관 / 실내전시실

<3일차>

언덕 위 마을이 아름다운 이유, 두들마을

두들마을은 '언덕 위 마을'이란 뜻이다. 1640년(인조 18) 석계 이시명 선생이 살기 시작한 뒤, 그 후손인 재령 이씨가 집성촌을 이뤘다. 마을에는 석계 선생이 살던 석계고택, 선생이 벼슬을 거부하고 후학을 양성하던 석천서당, 두들마을 출신 소설가 이문열의 집필실이자 문인을 위한 공간인 광산문학연구소, 최초의 한글 조리서 《음식디미방》의 음식을 재현한 음식디미방체험관, 《음식디미방》에 나오는 음식을 직접 만들어볼 수 있는 음식디미방교육관, 전통주체험관 등이 있다. 석계고택은 한 마을의 터를 잡은 인물이 살던 집으로 보이지 않을 만큼 소박해 선생의 성품을 짐작하게 한다.
마을 앞으로 흐르는 화매천을 향해 걷다 보면 조붓한 오솔길에 도토리가 듬성듬성 떨어졌다. 예사 도토리가 아니다. 석계 선생의 아내인 여중군자 장계향 선생이 빈민 구제를 위해 심은 상수리나무에서 떨어진 도토리다. 선생은 배곯는 이웃에게 도토리로 죽을 쑤어주고, 그들이 위화감이 들지 않도록 당신의 자식들에게도 먹였다. 상수리나무 수십 그루를 따라 내려가면 널따란 암석에 글씨가 쓰였다. 두들마을의 정신이 깃든 암석, 낙기대다. '배고픔을 즐기는 대'라는 뜻으로 장계향 선생의 상수리나무 일화와 일맥상통한다. 선생의 측은지심이 곳곳에 스민 두들마을. 둔덕 위, 고택이 옹기종기 모여 앉은 마을이 더 아름다운 이유다.

주소 경북 영양군 석보면 두들마을길 62 
문의 054-680-6101 
홈페이지 두들마을 www.dudle.co.kr 
이용 시간 상시 
휴무 연중무휴 
입장료 무료

언덕 위에 자리한 두들마을 석계 이시명 선생이 제자들을 가르친 석천서당[왼쪽/오른쪽]언덕 위에 자리한 두들마을 / 석계 이시명 선생이 제자들을 가르친 석천서당한옥과 나무가 어우러져 고즈넉한 마을 풍경 두들마을의 정신이 모인 낙기대 전통주체험관 입구에 있는 술 주전자[왼쪽/가운데/오른쪽]한옥과 나무가 어우러져 고즈넉한 마을 풍경 / 두들마을의 정신이 모인 낙기대 / 전통주체험관 입구에 있는 술 주전자

최초의 한글 조리서 《음식디미방》이 부활한 곳, 음식디미방교육관

두들마을의 음식디미방교육관에서는 《음식디미방》에 나오는 음식을 직접 만들어볼 수 있다. 교육관의 음식 만들기 체험은 재령 이씨 석계 13대 종부 조귀분 씨가 진두지휘한다. 대표적인 요리로는 빈자법이 있다. 녹두를 간 반죽에 껍질 벗긴 팥과 꿀을 섞은 소를 얹고 다시 녹두 반죽으로 덮어 노릇하게 지진다. 불이 세거나 소를 많이 넣으면 바로 타니 여유를 가지고 요리하는 것이 포인트. 은은한 단맛이 쉬이 질리지 않고 입에 기분 좋은 풍미를 남긴다. 체험은 프로그램 특성상 예약제로 운영되며, 예약 인원이 15명 이상이어야 한다.
《음식디미방》은 장계향이 쓴 우리나라 최초의 한글 조리서다. '디'는 '알 지()'의 옛말로, 제목을 풀면 '음식의 맛을 아는 방법'이라는 뜻이다. 일흔이 넘은 노인이 한 자 한 자 써 내려간 조리법이 무려 146가지. 경상 지역 양반가의 조리법은 물론 식품 보관법, 조리 기구까지 구체적으로 설명해 340년이 지난 지금도 이 책을 따라서 요리할 수 있을 정도로 실용적이다.

주소 경북 영양군 석보면 두들마을1길 6 
문의 054-682-7764 
홈페이지 음식디미방교육관 www.yyg.go.kr/dimibang 
이용 시간 11:00, 14:00(예약제) 
휴무 연중무휴 
체험료 1만 원(체험권 구입 시 입장 가능)

음식디미방교육관 외관 음식디미방교육관 실내[왼쪽/오른쪽]음식디미방교육관 외관 / 음식디미방교육관 실내빈자법에 들어가는 재료 석계 13대 종부 조귀분 씨가 음식 만들기 체험을 진행한다. 조선시대 간식 빈자법을 조리하는 모습[왼쪽/가운데/오른쪽]빈자법에 들어가는 재료 / 석계 13대 종부 조귀분 씨가 음식 만들기 체험을 진행한다. / 조선시대 간식 빈자법을 조리하는 모습

여행정보

찾아가는 길
    대중교통
  • [버스] 서울-안동, 동서울종합터미널에서 하루 30여 회(06:00~23:00) 운행, 약 3시간 소요.
    동대구-안동, 대구동부정류장에서 하루 40회(06:40~22:00) 운행, 약 1시간 40분 소요.
    * 문의 : 동서울종합터미널 1688-5979, www.ti21.co.kr 동대구터미널 1666-3700 고속버스통합예매 www.kobus.co.kr 안동터미널 054-857-8296
    자가운전
  • 중부고속도로 → 광주원주고속도로 → 중앙고속도로 → 서안동 IC에서 안동 방면 3시 방향 → 경서로 5.69km → 안동소주·전통음식박물관
추천 맛집
    안동시
  • 예미정 : 한정식, 경북 안동시 용정골길 111, 054-822-0500, 식사비 5% 할인(중복 할인 불가, 할인 쿠폰 제시)
  • 목석원가든 : 간고등어, 경북 안동시 풍천면 전서로 159, 054-853-5332, 메뉴당 2000원 할인(중복 할인 불가, 할인 쿠폰 제시)
  • 까치구멍집 : 헛제삿밥, 경북 안동시 석주로 203, 054-855-1056, 식사비 5% 할인(중복 할인 불가, 할인 쿠폰 제시)
    청송군
  • 송이가든 : 자연산송이버섯전골, 경북 청송군 부동면 주왕산로 504, 054-874-0066
    영양군
  • 선바위가든 : 산채정식·비빔밥, 경북 영양군 입암면 영양로 883-17, 054-682-7429, 식사비 10% 할인(쿠폰 1매 1인, 중복 할인 불가, 쿠폰 제시)
  • 삼원가든 : 돼지갈비, 경북 영양군 영양읍 중앙로 142, 054-682-5858, 식사비 10% 할인(여행 주간 언급)
  • 장원가든 : 산채비빔밥, 경북 영양군 영양읍 솔광장길 9-6, 054-683-1114, 식사비 10% 할인(여행 주간 언급)
  • 신해수궁 : 생대구탕, 경북 영양군 영양읍 황용천길 41, 054-683-2005, 식사비 10% 할인(여행 주간 언급)
추천 숙박
    안동시
  • 안동 그랜드호텔 : 경북 안동시 관광단지로 346-84, 054-851-9000, 숙박료 20%(스탠다드 객실 13만→10만 4000원, 디럭스 더블·온돌 객실 17만→13만 6000원) 할인(중복 할인 불가, 할인 쿠폰 제시)
  • 안동 리첼호텔 : 경북 안동시 관광단지로 346-69, 054-850-9700, 평일 숙박료 20%, 주말 숙박료 10%(스탠다드 룸 주중 13만→10만 4000원, 주말 13만→11만 7000원) 할인(전화 예약 시 여행 주간 언급)
  • 베네치아 펜션 : 경북 안동시 용상북1길 51, 010-8580-2493, 평일 숙박료 10%(201, 202, 301, 302호 8만→7만 2000원) 할인(할인 쿠폰 제시)
  • 사모아 펜션 : 경북 안동시 성곡천길 183, 010-3474-9704, 평일 숙박료 10% 할인(302호 8만→7만 2000원) 할인(할인 쿠폰 제시)
    청송군
  • 찰방공종택 : 경북 청송군 파천면 송소고택길 23-8, 054-873-6502, 숙박료 20%(작은방 7만→5만 6000원, 사랑방 10만→8만 원) 할인(중복 할인 불가, 예약 및 결제 시 쿠폰 제시)
  • 창실고택 : 경북 청송군 파천면 송소고택길 39, 054-872-2436, 숙박료 20%(책방 5만→4만 원, 초당방 7만→5만 6000원, 안사랑 10만→8만 원) 할인(중복 할인 불가, 예약 및 결제 시 쿠폰 제시)
  • 청송 후송당고택 : 경북 청송군 현동면 청송로 2587-13, 054-872-8011, 숙박료 20%(안채 1, 머슴방, 문간채, 가사랑채 5만→4만 원) 할인(중복 할인 불가, 예약 및 결제 시 쿠폰 제시)
    영양군
  • 병암고택 : 경북 영양군 석보면 두들마을길 100, 054-682-8050, 숙박료 20%(객실 1, 2 5만→4만 원, 객실 3, 4 7만→5만 6000원, 객실 5 8만→6만 4000원) 할인(중복 할인 불가, 예약 및 결제 시 쿠폰 제시)
  • 이원박고택 : 경북 영양군 석보면 두들마을길 80, 054-682-8050, 숙박료 20%(문칸방, 중간방, 마루방 5만→4만 원, 사랑방 7만→5만 6000원, 안방 8만→6만 4000원) 할인(중복 할인 불가, 예약 및 결제 시 쿠폰 제시)

* 여행지 할인혜택은 2017가을여행주간(10월 21일~11월 5일)에 한함

글 : 이수린(여행작가) 사진 : 장명확(사진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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